[취재파일] 신뢰 깨진 비디오판독센터, 전권 일임은 답 아니다

입력 2018-11-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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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2018시즌 말, 수도권 A팀 감독은 기자에게 비디오판독센터에 대한 억울함을 쏟아냈다. 선수들이 심판에 대해 어필하더라도 이를 따끔하게 자제시키던 평소 모습과 달랐다. 억울함의 골자는 ‘비디오판독이 진행되는 동안 전광판을 통해 모두가 리플레이를 지켜봤지만 판독센터가 오판을 했다’는 것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심판과 팬 모두가 같은 결론을 내릴 만큼 명백한 장면이 뒤집혀진 데서 나온 억울함이었다.

올해부터 비디오판독 시 전광판에 중계화면 리플레이를 재생했다. 전자기기 반입이 불가능한 덕아웃에 머무는 코칭스태프에게 전광판 화면은 ‘심증’을 ‘확신’으로 바꿀 기회다. 그러나 이 때문에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판독센터가 리플레이와 반대의 결론을 내리는 일이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시비가 명확하지만 판독 결과가 이와 다르다면 억울함은 더 커진다.

8월 4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전 3회 1사 만루, 김헌곤이 유격수 병살타성 타구를 때렸다. 심판은 타자주자에게 세이프를 선언했다. 조원우 당시 롯데 감독이 비디오판독을 신청했고, 중계화면상 명백한 아웃이었다. 이는 시청자들은 물론 선수들과 경기장을 찾은 팬들 모두 확인했다. 하지만 판독센터는 원심을 유지했다. 이에 격분한 조 감독은 어필했고, 결국 퇴장 당했다. 9월 26일 사직 NC 다이노스-롯데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됐고, 조 감독은 이때도 어필 후 퇴장 당했다.

판독센터의 결론은 절대 뒤집을 수 없다. 감독들 모두 비디오판독 결과에 대한 어필이 퇴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억울함에 그라운드로 뛰쳐나오는 것이다. 이럴 때면 심판진은 “죄송합니다. 판독센터의 결정이라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하릴없이 사과할 뿐이다. 비디오판독센터가 깎은 신뢰를 현장 심판조가 뒷수습하는 꼴이다.

물론 판독센터 내부에서는 일시정지나 화면확대 등 조작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현장의 심판진보다 더욱 면밀한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억울한 상황은 복잡한 조작으로만 파악이 가능한 장면이 아닌, 간단한 리플레이로 파악할 수 있는 순간에서 나온다. A팀 감독은 “판독센터에 전권을 줬음에도 오심이 나온 경우가 있지 않나. 현장 심판을 포함해 합의판정제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라며 “적어도 리플레이로 시비를 명백히 확인한 사람이 결론에 의아함을 가지는 순간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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