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강등싸움, 최종 라운드로…‘생존’ 고기를 먹어본 인천의 힘

입력 2018-11-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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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욘 안데르센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도깨비와 같은 팀이다. 시즌 막바지만 되면 치고 나가는 것이….”

FC서울 최용수 감독의 푸념. 하위 스플릿 추락도 부족해 강등까지 걱정하는 현실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한 시절을 풍미한 서울은 이제 국가대표 하나 배출하지 못하는 아주 평범한 팀이 됐다.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7라운드는 서울의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다. 앞서 승점 40을 쌓은 서울은 비기기만 해도 생존을 확정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상이 필요했다. 문제는 상대가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점. 매년 이 무렵이 되면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이며 강등을 피하는, ‘생존 DNA‘를 지닌 까다로운 팀이다.

올해 세 차례 대결에서 인천이 1승2무의 우위를 점한 사실도 최 감독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인천은 묘한 힘이 있다. 상대를 짜증스럽게 만든다.” 기우가 되길 바랐건만 결국 현실이 됐다.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경기에 볼을 예쁘게 찰 필요가 없다. 킥 앤드 러시가 효율적이다. 이 부분에서 인천이 서울보다 익숙하다. 직전의 2연승을 그렇게 얻었다.

이날도 그랬다. “상대 실책을 유도하려면 최대한 볼을 문전에 가깝게 붙여야 한다”는 서울 벤치의 전략에 흔들리던 인천이 금세 페이스를 찾았다. 서울이 찬스를 억지로 만들려 할 때 인천은 중간 과정을 생략하며 전진했고, 이른 시간 포문을 열었다. 전반 7분 한석종의 골로 앞섰다.

조급한 쪽은 서울이 됐다. 이 때부터 인천의 경험이 빛났다. 온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와 볼 터치를 줄이는 단순함으로 승부를 요리했다. 공을 끌지 않고 경기를 점유하는 영리함과 특유의 기동력으로 서울을 괴롭혔다. “강등 가능성을 닫고 최종전을 치르고 싶다”는 인천 안데르센 감독은 “과정과 결과 모두 아름다웠다”며 웃었고, 한석종은 “서울보다 우리가 더 간절했고, 많이 뛰었다”고 했다.

3연승을 달린 인천(승점 39)은 생존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를 11위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같은 날 대구FC에 1-2로 패해 강등이 확정된 ‘꼴찌’ 전남 드래곤즈(승점 32)와 홈 38라운드를 이기면 자력으로 살아남게 된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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