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KOVO도 연봉자료 커밍아웃의 시간을 갖자

입력 2019-01-08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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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지난해 프로야구를 뒤흔든 최고의 스캔들은 넥센(현 키움)의 트레이드 뒷돈 파문이었다. 10개 구단 가운데 넥센과 SK를 제외한 8개 구단이 관여한 거짓거래가 드러났다. 프로야구의 도덕성에 큰 상처가 났다. 넥센은 트레이드 뒷돈으로만 무려 131억5000만원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그동안 잘못한 사실을 솔직히 고백할 커밍아웃의 기회를 준 뒤에야 밝혀진 금액이다.

KBO는 그 아픈 기억을 바탕으로 모든 거래와 자료의 투명화를 강조했다.

프로스포츠 산업의 기본은 모든 수치가 정확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장부가 엉터리라면 누가 그 회사를 신뢰할 것인가. 이 것은 상식이다. 프로스포츠가 사업으로 정착하려면 각 구단의 수익과 지출, 관중관련 수치 등 모든 자료가 거짓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현실을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사업방향이 나온다. 프로축구도 최근 거품을 뺀 관중숫자와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하고 정보의 투명화에 나섰지만 수십년 해온 관행 탓에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첫 단추가 잘못 꿰지면 이처럼 도중에 고치기는 힘들다.

● 연봉 자료의 공개를 주장하는 KOVO 이사회

V리그도 최근 선수들 연봉 자료의 투명화를 놓고 많은 말들이 나온다.

2005년 출범 이후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해왔는데 대부분 구단들은 “샐러리캡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 자신들이 만든 룰을 모두가 불신하는 황당한 상황이다. “우리 팀은 룰대로 한다”고 주장하는 어느 구단은 “모두가 어기는데 이런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 해결책을 KOVO가 반드시 찾아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구단들이 KOVO에 제출하는 계약서와 실제 선수들이 받는 금액은 전혀 다르기에 나타나는 불신현상이다.

최근 A구단은 군 제대를 앞둔 선수와 접촉했다. 그와 재계약을 하려던 구단은 선수의 요구액에 깜짝 놀랐다. 7억원을 달라고 했다. 그 선수는 같은 포지션의 B구단 선수가 이 금액을 받는다고 했다. KOVO에 등록된 B구단 선수의 연봉은 절반수준이다. 그 선수가 실제로 B구단과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는 당사들끼리만 알겠지만 A구단은 고민이 많다. B구단에 계약내용을 확인해볼 방법도 없다. 당연히 알려주지도 않을 것이다.

다른 사례도 있다. C구단은 FA보상선수 선택을 앞두고 내심 원했던 선수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여기서 내가 실제로 받는 금액만큼 돈을 줄 수 없을테니까 나를 선택하지 말라”고 했다. C구단은 KOVO에 전화해 통일계약서에 적힌 그 선수의 연봉을 확인하는 것 외에는 다른 판단기준이 없었다.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D선수는 새로운 구단에 전 소속팀에서 받는 옵션을 얘기했지만 새 구단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그 선수는 팀을 옮기면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도 사라져버렸다.

● 불신의 시대-서로를 믿지 못하는 구단들

V리그는 사기업과 공기업이 구단의 운영주체로 참가하는 독특한 구조다. 회원사의 입장에 따라 구단예산을 어떻게 쓰느냐에 차이가 많다. 공기업은 정해진 규정 외에는 비공식적인 돈을 쓸 방법이 없다. 반면 사기업은 어느 정도 융통성은 있다. 그러다보니 공기업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재 상황에 불만이 많다. 어느 구단의 단장은 선수들의 연봉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자고 이사회에서 주장했다. 그는 “어느 선수가 3년에 33억원을 받는다는 소문도 나도는데 우선 각 구단이 진짜 계약내용을 모두 공개하자”고 했다.

기자도 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단 모든 구단이 선수들의 연봉과 옵션, 보너스 등 이면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KBO처럼 이 과정에서 그 동안의 잘못된 관행이나 규정을 지키지 못했어도 비난하지 말고 인정해주면서 우선 고해성사의 시간을 가지자는 것이다.

이렇게 한 다음에 나온 정확한 숫자를 바탕으로 지금의 샐러리캡이 현실에 맞지 않다면 고치면 된다. 만일 샐리리캡의 현실화가 부담스럽다면 기존의 샐러리캡을 유지하면서 이를 넘어서는 구단에게 새로운 해결방법을 제시할 것을 고민할 때라고 본다. 소프트캡과 사치세 등 방법은 찾아보면 나온다.

샐러리캡은 구단의 전력을 평균화시켜 모두에게 우승의 기회를 주자는 뜻이 담긴 제도지만 지난 14시즌동안 봄배구에 진출한 팀과 우승팀을 보면 이 제도는 효과를 다하지 못했다. 어떤 제도가 나오더라도 실행과정에서 구단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편법을 찾아낸다. 그래서 차라리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만일 어느 선수의 연봉이 소문대로 10억원이라면 이를 널리 알리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경쟁 겨울스포츠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실을 자랑해서 더 많은 꿈나무들이 배구를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외국인선수에게 주는 돈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각 구단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불신이 쌓이면 조직은 깨진다. KOVO 집행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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