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너’, 야구의 이노베이션이 미칠 영향

입력 2019-03-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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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시도다. 2019시즌 한국프로야구에 ‘강한 2번타자’라는 새로운 흐름과 함께 기존 선발 투수와는 완전히 다른 ‘오프너’ 개념의 투수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명투수 출신으로 투수 조련 및 운용에 일가견이 있는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이 가장 먼저 ‘오프너’ 전략기용을 밝히면서 야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해|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소속팀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의 4번을 상징하는 박병호를 12, 13일 LG 트윈스와 시범경기에서 이틀 연속 2번타자로 선발 출장시켰다. 리그 최고의 홈런생산능력을 가진 타자의 타순을 당기면서 초반부터 상대 투수를 강하게 압박하고 최대한 많은 타석을 보장하겠다는 기발한 전략이다.

2019년 KBO리그는 ‘강한 2번’과 함께 야구의 이노베이션으로 불리는 ‘오프너’가 등장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


● 빅리그도 주목하는 오프너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토니 라 루사 감독은 1988년 오클랜드에서 야구역사에 영원히 남을 새로운 장면을 만들었다. ‘이기는 경기 9회에만 등판하는 마지막 투수’ 클로저의 탄생이었다. 역사상 첫 번째 1이닝 전문 마무리 투수의 주인공은 선발로 시즌 20승 이상을 기록했던 데니스 에커슬리였다. 라 루사 감독은 왼손타자 전문 스페셜리스트 등 투수 분업화를 완성했다. 라 루사가 창시한 불펜 시스템은 30년 동안 전 세계로 퍼졌고 무결점 공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야구의 진화와 혁신에 멈춤은 없다. 포수 출신인 탬파베이 레이스 캐빈 캐시 감독(41)은 지난해 선발투수(starter)가 아닌 오프너(opener)를 경기시작과 함께 투입, 1이닝 또는 2이닝을 맡기는 혁신적인 투수 운용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162경기 중 55경기에서 오프너에게 경기 시작을 맡겼고 이 중 32승을 거뒀다.

오프너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도 매우 뜨거운 키워드다. 최고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의 애런 분 감독도 “오프너 전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오프너를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에이스급 투수가 아닌 경우 많은 선발투수들은 1회에 고전한다. 오프너 전략의 핵심은 불펜에 최적화된 투수를 내세워 1회 또는 2회까지 전력투구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 유형이 이어 등판하고 리드가 이어질 경우 9회 클로저가 경기를 마무리한다. 완투형 선발투수가 줄어들고 있는 최근 흐름에도 잘 맞는다.


● KBO리그에도 등장할 듯

KBO리그도 곧장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있다. 투수 운용에 일가견이 있는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은 “오프너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탬파베이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5선발을 ‘1+1’로 운영하고 엔트리에서 제외해 젊은 투수를 1군 경기 불펜에서 활용한다는 변형된 오프너 시스템이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이미 지난해 박주홍에게 오프너와 유사한 역할을 맡긴 적이 있다. 올해도 선발유형 투수 2명에게 한 경기를 맡기는 운영을 실험할 계획이다.

오프너가 야구의 이노베이션을 일으킨다면 굉장히 다양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 팀 타순 선발 라인업도 이에 맞춰 변화가 필요하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선발 투수의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흐름을 맞이한 프로야구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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