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트레이드 요청’ 이용규와 한화가 풀어야 할 숙제

입력 2019-03-18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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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용규.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와 소속 외야수 이용규(34)가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는 KBO리그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지난 주말 내내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선수가 감독에 이어 구단 관계자를 차례로 만나 트레이드를 요청한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용규는 1월말 2+1년 총액 26억 원(계약금 2억 원·연봉 4억 원·연간 옵션 4억 원)에 계약한 프리에이전트(FA) 고액 연봉자다. 또 한화는 지난해 한용덕 감독의 취임 이후 세대교체와 리빌딩을 단행하면서 일부 베테랑 선수들과 계속해서 갈등양상을 노출해왔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본인이 직접 소상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는 포지션 이동과 타순 변경에 따른 불만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심정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테이블세터에서 9번타자로 포지션과 타순이 한꺼번에 바뀌면 이용규가 아닌 다른 어떤 선수들이라도 당혹스러울 수 있다. 연간 4억 원에 달하는 옵션의 달성 여부와도 연관된 문제라면 더욱 예민해질 수 있다.

반대로 감독과 구단은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얼마간 진통을 겪었다지만 최소 10억 원, 최대 26억 원 규모의 FA 계약은 그 선수에 대한 평가이자 팀 내 입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팀 전력의 핵심자원 중 한 명임이 분명한 베테랑이 ‘그만한’ 일로 불만을 드러내고 이를 다시 외부로 표출한 사실에 적잖이 실망하고 불편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그만한’ 일로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갈 리는 없으리라는 주변의 억측 또는 오해까지 겹친다면 답답한 노릇일 수도 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궁금하다. 그러나 그 전에 짚고 넘어갈, 혹은 차분히 생각해볼 대목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딴 세상의 일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단과 프로야구선수를 선망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더더욱 그렇다.

대개 사람은 누구나 상처 하나쯤, 불만 하나쯤은 가슴 한편에 묻고 산다. 직장, 동료, 자신의 위치(처지)에 대한 섭섭함 또는 아쉬움도 있게 마련이다. 금수저 또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인지 모른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뒤섞여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묵묵히 참든가, 아니면 큰 소리로 외치든가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단,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본인의 몫이다.

이용규는 자신 앞에 놓인 여러 선택지들 가운데 이별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이용규에게 일단 육성군행을 통보한 한화는 최종 결론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앞두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성질의 문제는 아닌 만큼 조만간 결론을 내려야겠지만, 그 전에 양측이 한 번쯤은 마음을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는 있는 듯하다. 서로가 후회는, 오해는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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