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쑨양(가운데)과 호주의 맥 호튼(맨 왼쪽). 사진제공|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경영 경기가 진행 중인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는 “짜요(힘내라)”를 외치고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흔드는 중국인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쑨양 팬클럽’은 1월 입장권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200여 장을 사전 구매해 눈길을 끌었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흥행을 걱정하던 조직위원회 임직원들에게 ‘쑨양 팬클럽’이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들은 쑨양 이외에도 자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장에서 뜨거운 함성과 갈채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 쑨양은 주종목인 400m 결선에서 3분42초44로 가장 먼저 골인하며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4연속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쑨양의 400m 시상식은 허전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쑨양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광주에서 2위를 차지한 맥 호튼(호주·3분43초17)이 그를 외면한 탓이다. 동메달을 딴 가브리엘레 데티(이탈리아·3분43초23)가 시상대에 함께 서고, 기념촬영을 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호튼은 리우올림픽 당시 “금지약물 선수와 인사할 수 없다”고 말해 중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쑨양에게 ‘부정 선수’ 낙인이 찍힌 시기는 2014년. ‘가슴 두근거림’으로 처방받은 약물에 금지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혈관확장제)이 포함돼 3개월 출전정지를 받으면서다. 지난해 9월에는 도핑테스트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혈액 샘플 유리병들을 깨트리는 소동을 벌였다.
불길에 기름을 부은 건 FINA였다. 무의미한 경고 조치로 논란은 확산됐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FINA를 제소한 가운데 재판이 미뤄지며 쑨양은 광주에 오게 됐다. 쑨양은 틈날 때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타국 선수들은 시상대를 거부한 호튼에게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FINA는 쑨양이 자유형 200m 결선·800m 예선에 출전한 23일 호튼에 경고서한을 보냈으나 비웃음만 샀다. 사랑받는 자와 사랑받지 못하는 자, 광주 여정에 임한 쑨양의 두 얼굴이다.
광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