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스트레스 많이 받을 텐데…, 좋은 리더는 분명하다.”
박병호(34·키움 히어로즈)는 5일까지 74경기에서 타율 0.232, 17홈런, 52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수 자체는 예년에 비해 부족함이 없지만 콘택트에서 애를 먹고 있다. 삼진이 늘었고,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도 0.280으로 커리어 평균(0.321)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운도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병호는 명실상부 키움의 상징 같은 타자다.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 위치다. 주전으로 도약한 뒤 처음 겪는 기나긴 슬럼프에 스트레스가 상당할 법하다. 내적으로는 극심한 부담을 느낄 테지만, 이를 밖으로 티내지 않고 있다. 박병호만한 선수가 자신의 기록 부진에 짜증을 낸다면 팀 분위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답답한 성적에도 팀을 위해 웃는 것이다. 손혁 키움 감독은 6일 박병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전광판 (박)병호 이름 뒤에 지금의 타율이 따라붙는다면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다. 내가 현역 시절 타자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야수들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슬럼프 때 전광판 타율이 눈에 들어오면 정말 어려워진다고 하더라. 병호도 속으로 많이 힘들 텐데 티를 안 낸다. 이틀 전에도 ‘감독님, 저도 이제 하나 치고 와야죠’라고 한 뒤 안타를 때려냈다. 후배들도 병호가 안타를 치면 유독 크게 호응한다. 좋은 리더인 것은 분명하다.”
동료들도 이를 느끼고 있다. 박병호의 옆을 떠나지 않으며 선배 기분을 띄우려고 노력하는 김하성은 “병호 형은 야구가 잘 안돼도 내색을 안 한다. 그러면서 어느 야구선수보다도 더 많이 노력한다. 배울 점이 많다. 최고의 타자니까 분명히 올라올 것”이라는 믿음을 보냈다.
키움에서 박병호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키움의 대권을 위해서 박병호가 살아나야하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박병호도, 선수단도 여기에 얽매이지 않고 있다. 신뢰는 키움이 강한 진짜 이유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