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스포츠동아DB
‘롯데시네마’라는 타이틀이 모처럼 어울리는 경기였다. 개막과 함께 5연승을 내달렸을 때 보여줬던 뒷심이 서서히 다시 나오고 있다. 8월에 치고 올라간다는 사령탑의 말은 적어도 지금까진 허언이 아니었다.
롯데는 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8-4로 승리했다. 최근 5연승이자 8월 5경기 전승. 승리투수는 이날 1군 데뷔전을 치르며 0.2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한승혁이었다.
패색이 짙은 경기를 한순간에 뒤집었다. 롯데는 7회까지 7안타 4볼넷을 기록했지만 단 한 명의 주자도 홈을 불러들이지 못했다. ‘잔루 자이언츠’의 흐름이었다. 특히 5회와 6회 연거푸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무득점에 그친 것은 너무도 뼈아팠다. 마운드에서 잘 버티던 박세웅도 팽팽한 경기 흐름 탓에 부담을 떨치지 못했고 결국 6회 3점, 7회 1점을 허용했다.
만루의 신은 롯데에게 삼세번 만에 미소를 지었다. 롯데는 8회 선두 한동희의 볼넷과 후속 딕슨 마차도 때 나온 2루수 오재원의 실책을 묶어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안치홍이 1타점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김준태의 희생플라이로 2점차 추격. 김재유가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정훈과 손아섭의 볼넷으로 만루 기회가 찾아왔다. 앞선 두 번의 악몽. 하지만 이번에는 전준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볼카운트 2B-2S에서 홍건희의 몸쪽 낮은 속구(146㎞)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개인 통산 150번째 아치이자 두 번째 만루홈런이었다.
KBO리그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7회말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쐐기타가 나오는 순간 롯데의 승리확률은 3.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롯데는 사실 통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팀이다. 차곡차곡 승리확률을 높였고 전준우의 그랜드슬램이 터지는 순간 81.5%까지 올라갔다. 김원중이 9회말 정수빈을 뜬공으로 잡아내며 롯데의 승리가 100% 완성됐다.
허문회 감독은 시즌 전부터 “경기수를 30개 단위로 쪼개 승부를 걸 생각이다. 30경기, 60경기, 90경기 이후 시점으로 나눠 운영을 다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60경기를 치른 뒤 “여름부터 치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전에도 “선수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팀 방향을 잘 알고 있다”며 “40경기를 남겨두고는 총력전을 갈 것이다. 아마 장마가 끝나고 난 뒤 승부처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의 계산은 지금까진 맞아떨어지고 있다. 단순히 5연승이라는 숫자를 넘어 팀 자체가 탄탄해졌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드라마를 이끈 전준우는 경기 후 “2017년에도 여름에 올라간 기억이 있다. 그땐 ‘어~’하다가 3위까지 올랐다면 지금은 밑에서부터 팀을 잘 만들어 오르는 느낌이다. 팀 전체가 탄탄하다”며 “언젠간 연승이 끊기겠지만 경기장 출근 자체를 기분 좋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롯데는 전반기 41승1무44패(승률 0.482)로 처졌다. 전반기를 7위로 마쳤는데 5위 두산과도 3경기차였다. 하지만 후반기 58경기서 39승1무18패(승률 0.684)로 리그 3위까지 올라섰다.
적어도 8월 5경기에서의 롯데는 확실히 단단해져가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