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 경기가 열렸다. 5회초 무사 1루 키움 박동원이 좌익선상 파울을 쳤지만 비디오판독 결과 안타로 기록되며 2루까지 출루 판정을 받았으나 1루 베이스를 밟지 않고 갔다가 다시 1루 베이스를 밟고 2루로 갔다 . 이에 KT 이강철 감독이 항의하고 있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강철 KT 감독은 13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퇴장 당했다. 상황은 이랬다. KT가 2-1로 앞선 5회초 무사 1루, 박동원의 타구가 선상에 걸치는 듯했다. 원심은 파울. 1루로 달리던 박동원은 베이스 앞에서 멈춰섰다. 키움의 어필로 비디오판독이 선언됐는데, 결과는 페어였다. 최수원 심판팀장은 박동원의 타구를 2루타로 인정했다. 타구가 원체 빨랐고 KT 좌익수 문상철이 곧바로 포구에 성공했음을 감안하면 2루타를 확신할 수 없었지만 최수원 심판의 판단은 달랐다. 이 감독이 이에 격하게 어필했고 선수단 철수 제스처도 취했다. 이내 퇴장이 선언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홍보팀을 통해 “선수단 철수 액션으로 인해 퇴장 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판위원회의 설명은 달랐다. 우선 이 감독이 선수단 철수를 지시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은 맞지만, KT 야수진은 모두 그라운드에 있었다. 이 경우 퇴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2020 KBO리그 규정 ‘경기의 스피드업’ 항목을 살펴보면 선수단 일부 혹은 전원이 철수했을 경우 즉시 퇴장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심판위원회는 KBO를 통해 “이 감독이 파울/페어 여부에 대해 어필했기에 비디오판독 항의로 퇴장당했다”고 설명했다.
2020 KBO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판독 28조 12항 4를 살펴보면 ‘주자의 위치 배정이나 주자 아웃 선언, 득점 및 득점 무효에 대한 심판팀장의 결정은 최종이며 양 구단에 구속력을 갖는다’고 되어있다. 규정대로면 이 감독은 퇴장이 맞다. 해당 타구의 파울/페어 여부 및 박동원이 2루까지 갈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심판이 이를 2루타로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심판팀장 주관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로 야구규정에는 객관성에 근거한 심판진 개인의 판단이 적용되는 부분이 많다. 재량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KT는 최근 보름새에만 세 차례 재량에 울고 있다. 시작은 9월 24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이었다. 3회말 무사 2루 강백호 타석에서 드류 가뇽의 커브가 강백호 앞에서 바운드 됐다. 강백호가 발을 뒤로 빼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었고, 포수 한승택 맞고 튄 공이 강백호 발에 걸렸다. 심판진은 이를 ‘고의적 수비방해’로 선언해 강백호와 선행주자도 아웃시켰다. 강백호는 물론 이 감독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번복은 없었다. 이 감독은 이튿날 “지난 일이다. 언급하지 않겠다”며 의연한 모습이었다.
논란은 4일 수원 LG 트윈스전에서도 일었다. 8회초 1사 1·2루, LG 정근우의 타구가 3루수 키를 넘어 페어 지역에 떨어졌지만 파울로 인정됐다. 당시 LG는 비디오판독을 모두 소진한 상황이었다. 이때 4심이 모여 합의 끝에 번복했다. 이 역시 심판진의 재량이었다. 이 감독은 “그 장면만 보면 우리가 피해자일 수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에도 애매한 장면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합의판정을 했으면 좋겠다”며 한 번 더 의연하게 넘겼다.
그리고 13일 키움전까지. 세 가지 상황 모두 심판진이 특정 장면을 ‘주관’으로 판단했다. 심판진의 주관은 규정할 수 없고, 실제로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KT로서는 짧은 기간 세 차례나 주관에 울게 된 셈이다. 여기에 이 감독이 퇴장당하는 순간 알고 있던 사유와 심판진의 설명이 달랐다. 이 감독으로서는 정확한 이유조차 모른 채 퇴장을 지시받은 셈이다. 촌극에도 승리했지만 찝찝한 뒷맛은 감출 수 없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