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V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남녀부 13개 팀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수많은 관중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던 일상으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각 팀은 비시즌 동안 과감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새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다.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땀으로 젖은 각 팀의 훈련장을 돌아봤다.
GS칼텍스는 차상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늘 ‘텐션’이 높았다. 용감한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령탑 덕분에 젊고 빠를뿐더러 특정선수 한두 명에 좌우되지 않는 팀이 됐다. 상대팀들이 가장 꺼려하는 팀이다. 한때는 어린 선수들의 경험이 모자라 ‘강제성장’도 필요했지만, 최근 3시즌 4~3~2위로 계속 상승하는 성적을 거두며 어느덧 당당히 정상권으로 올라섰다.
KOVO컵 결승에선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우승도 차지했다. 그 경기는 새 시즌 V리그 여자부의 흥행성공을 예고하는 최고의 퍼포먼스였다. 결과를 떠나 GS칼텍스가 보여준 끈끈한 수비조직력과 혼신을 다한 클러치 공격, 선수들이 신바람을 내면서 하는 열정적 플레이는 한국여자배구가 나아가야 할 길이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GS칼텍스를 흥국생명의 독주를 견제할 유력한 대항마로 꼽는다.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GS칼텍스에는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후보가 5명(이소영·강소휘·한수지·김유리·한다혜)이나 있다. 통상적으로 예비 FA가 많은 팀의 성적은 좋았다. 예비 FA 효과를 얼마나 누리며 텐션을 이어갈지 궁금하다.
GS칼텍스의 장점은 빠른 날개 공격이다. 국가대표 레프트 이소영-강소휘를 보유했고, 2년차 권민지도 기대만큼 성장하고 있다. 도로공사와 트레이드로 5년차 유서연도 데려왔다. 3년차 박혜민까지 포함하면 양과 질 모두 풍족하다. 누가 들어가도 주전 역할이 가능하도록 잘 준비해둔 덕분에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도 적다. 강소휘는 클러치 공격, 이소영은 연결과 리시브 등에서 장점이 있어 역할 분담 또한 뛰어나다. 차 감독도 “날개 공격의 대결이라면 어느 팀과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한다. 양쪽에서 정신없이 빠르게 공격하는 플레이 스타일은 대포보다 기관총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그동안 팀의 약점이었던 높이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시즌 선택한 2개의 퍼즐이 딱 들어맞았다. 외국인선수 러츠는 GS칼텍스에 특화된 선수다. 라이트와 센터에서 두루 기용이 가능하고, 상대 선수들이 보기만 해도 압도당하는 206㎝의 신장으로 팀이 필요한 부분을 잘 채워줬다. 러츠는 V리그 2번째 시즌을 맞아 진화했다. 수비와 공격에서 이전보다 많이 빨라졌다. 또 염혜선을 내주고 KGC인삼공사에서 영입했던 한수지는 허전했던 중앙을 강화해주는 카드로 만족스러웠다.
지난 시즌 레프트 이소영-강소휘가 562공격득점, 러츠가 라이트에서 589공격득점을 올리면서 전체 팀 공격득점 중 중앙에서의 속공득점(80득점) 비중이 낮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새 시즌에도 이 흐름은 변함없을 것이고, 완성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소영, 강소휘의 대체 역할은 KOVO컵 때처럼 유서연이 자주 맡을 전망이다. 플랜B도 있지만, 리시브 능력은 지켜봐야 한다. 리베로 한다혜와 한수진이 거들어주겠지만, 공격보다 수비에 더 강점이 있는 박혜민의 성장이 더 필요하다.
의문부호는 또 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어온 이고은-안혜진의 더블세터가 안혜진-이원정으로 바뀌었다. 이제 팀의 선장은 안혜진이다. 날개 공격수의 위력을 얼마나 살려주느냐에 따라 팀의 성패가 달려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언니에게도 거리낌 없이 올리는 배짱 넘치는 연결은 장점이다. 강한 서브는 세터들 가운데 최고다. 반면 해결할 과제도 많다. 연결의 정확성과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세트마다 큰 편차도 줄여야 한다. 처음으로 자신이 시즌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낸다면 안혜진은 성장할 것이고, 그가 리드하는 GS칼텍스의 배구는 더 용감해지고 세련될 수도 있다.
GS칼텍스의 텐션이 높은 것은 감독과 선수들의 찰떡호흡과도 관련이 있다. 선수들은 감독을 무서워하면서도 편하게 대한다. 다른 팀들보다 휴가나 외박을 짧게 주고 훈련도 혹독하게 시키는 감독이지만, 불만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에이스 강소휘는 자신을 성장시켜준 은인이라고 대놓고 얘기한다.
차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총대를 멘다. 최근 KOVO컵 우승 보너스를 놓고도 선수들 편에 섰다. 그 대신 훈련에 느슨하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가차 없다. 주전,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혼낸다.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기에 차 감독을 향한 신뢰는 높다. 팀의 선장은 감독이라는 생각을 확실히 심어둔 덕분에 GS칼텍스는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의 목표만 바라본다.
새 시즌을 앞두고 차 감독은 KOVO컵 우승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GS칼텍스의 장점인 흥겨운 분위기와 젊은 패기에 여유를 덧입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즌은 오랜 호흡이 필요한 장기전인 만큼 KOVO컵과는 다른 접근법을 찾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이 과정이 성공하면 다른 팀들이 더 상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GS칼텍스는 차상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늘 ‘텐션’이 높았다. 용감한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령탑 덕분에 젊고 빠를뿐더러 특정선수 한두 명에 좌우되지 않는 팀이 됐다. 상대팀들이 가장 꺼려하는 팀이다. 한때는 어린 선수들의 경험이 모자라 ‘강제성장’도 필요했지만, 최근 3시즌 4~3~2위로 계속 상승하는 성적을 거두며 어느덧 당당히 정상권으로 올라섰다.
KOVO컵 결승에선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우승도 차지했다. 그 경기는 새 시즌 V리그 여자부의 흥행성공을 예고하는 최고의 퍼포먼스였다. 결과를 떠나 GS칼텍스가 보여준 끈끈한 수비조직력과 혼신을 다한 클러치 공격, 선수들이 신바람을 내면서 하는 열정적 플레이는 한국여자배구가 나아가야 할 길이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GS칼텍스를 흥국생명의 독주를 견제할 유력한 대항마로 꼽는다.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GS칼텍스에는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후보가 5명(이소영·강소휘·한수지·김유리·한다혜)이나 있다. 통상적으로 예비 FA가 많은 팀의 성적은 좋았다. 예비 FA 효과를 얼마나 누리며 텐션을 이어갈지 궁금하다.
변함없는 GS칼텍스의 장점은 날개 공격
GS칼텍스의 장점은 빠른 날개 공격이다. 국가대표 레프트 이소영-강소휘를 보유했고, 2년차 권민지도 기대만큼 성장하고 있다. 도로공사와 트레이드로 5년차 유서연도 데려왔다. 3년차 박혜민까지 포함하면 양과 질 모두 풍족하다. 누가 들어가도 주전 역할이 가능하도록 잘 준비해둔 덕분에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도 적다. 강소휘는 클러치 공격, 이소영은 연결과 리시브 등에서 장점이 있어 역할 분담 또한 뛰어나다. 차 감독도 “날개 공격의 대결이라면 어느 팀과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한다. 양쪽에서 정신없이 빠르게 공격하는 플레이 스타일은 대포보다 기관총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그동안 팀의 약점이었던 높이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시즌 선택한 2개의 퍼즐이 딱 들어맞았다. 외국인선수 러츠는 GS칼텍스에 특화된 선수다. 라이트와 센터에서 두루 기용이 가능하고, 상대 선수들이 보기만 해도 압도당하는 206㎝의 신장으로 팀이 필요한 부분을 잘 채워줬다. 러츠는 V리그 2번째 시즌을 맞아 진화했다. 수비와 공격에서 이전보다 많이 빨라졌다. 또 염혜선을 내주고 KGC인삼공사에서 영입했던 한수지는 허전했던 중앙을 강화해주는 카드로 만족스러웠다.
지난 시즌 레프트 이소영-강소휘가 562공격득점, 러츠가 라이트에서 589공격득점을 올리면서 전체 팀 공격득점 중 중앙에서의 속공득점(80득점) 비중이 낮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새 시즌에도 이 흐름은 변함없을 것이고, 완성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부상 변수와 새로운 선장 안혜진과의 호흡
변수는 부상이다. GS칼텍스는 최근 2시즌 동안 초반 라운드에서 압도적 경기로 치고 나가다가 이소영, 강소휘의 부상으로 주춤했다. 부상이력이 많은 프로 9년차 이소영의 내구성도 점점 걱정은 된다. 벌써 센터 문명화가 훈련 도중 부상을 당해 초반 출장이 어렵다. 권민지가 당분간 센터 역할을 많이 맡아줘야 한다. 이 바람에 중앙의 높이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이소영, 강소휘의 대체 역할은 KOVO컵 때처럼 유서연이 자주 맡을 전망이다. 플랜B도 있지만, 리시브 능력은 지켜봐야 한다. 리베로 한다혜와 한수진이 거들어주겠지만, 공격보다 수비에 더 강점이 있는 박혜민의 성장이 더 필요하다.
의문부호는 또 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어온 이고은-안혜진의 더블세터가 안혜진-이원정으로 바뀌었다. 이제 팀의 선장은 안혜진이다. 날개 공격수의 위력을 얼마나 살려주느냐에 따라 팀의 성패가 달려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언니에게도 거리낌 없이 올리는 배짱 넘치는 연결은 장점이다. 강한 서브는 세터들 가운데 최고다. 반면 해결할 과제도 많다. 연결의 정확성과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세트마다 큰 편차도 줄여야 한다. 처음으로 자신이 시즌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낸다면 안혜진은 성장할 것이고, 그가 리드하는 GS칼텍스의 배구는 더 용감해지고 세련될 수도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팀 분위기만은 최강!
GS칼텍스의 텐션이 높은 것은 감독과 선수들의 찰떡호흡과도 관련이 있다. 선수들은 감독을 무서워하면서도 편하게 대한다. 다른 팀들보다 휴가나 외박을 짧게 주고 훈련도 혹독하게 시키는 감독이지만, 불만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에이스 강소휘는 자신을 성장시켜준 은인이라고 대놓고 얘기한다.
차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총대를 멘다. 최근 KOVO컵 우승 보너스를 놓고도 선수들 편에 섰다. 그 대신 훈련에 느슨하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가차 없다. 주전,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혼낸다.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기에 차 감독을 향한 신뢰는 높다. 팀의 선장은 감독이라는 생각을 확실히 심어둔 덕분에 GS칼텍스는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의 목표만 바라본다.
새 시즌을 앞두고 차 감독은 KOVO컵 우승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GS칼텍스의 장점인 흥겨운 분위기와 젊은 패기에 여유를 덧입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즌은 오랜 호흡이 필요한 장기전인 만큼 KOVO컵과는 다른 접근법을 찾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이 과정이 성공하면 다른 팀들이 더 상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