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쓰라린 기억의 멕시코전, 이젠 설욕할 차례

입력 2020-11-13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축구국가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 유난히 쓰라린 기억을 많이 안겼던 멕시코를 A매치 500승의 제물로 삼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스트리아 캠프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멕시코축구는 북중미의 절대 강자다. 국제축구연맹(FIFA) 10월 랭킹은 11위다. 38위의 한국보다 월등하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도 뒤진다. 13번 싸워 4승2무7패다.

물론 기분 좋은 날도 있었다.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경기는 2001년 6월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1년 앞두고 열린 프레월드컵에는 쟁쟁한 8개국이 참가해 4팀씩 2개조로 나눠 우승팀을 가렸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은 A조 1차전에서 1998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에 0-5로 무참하게 깨졌다. 그 유명한 ‘오대영’ 사건이다.

치욕을 만회해야했다. 그 상대가 바로 멕시코였다. 태극전사들은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뛰었다. 황선홍의 선제골과 유상철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극적인 승리를 챙겼다. 유상철은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도 투혼을 발휘했고, 히딩크 감독은 체면을 세웠다.

조금 먼 얘기지만 1948년 8월 런던올림픽에서도 우리가 이겼다. 런던올림픽 1차전에서 멕시코를 5-3으로 제압했는데, 이는 한국축구 역사상 첫 A매치(대표팀 간 경기) 승리였다. 당시만하더라도 올림픽에도 성인대표팀이 출전해 A매치로 간주됐다.

하지만 쓰라린 기억이 더 강렬하다. 특히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한국은 2번이나 당했다. 1998년 프랑스 대회와 2018년 러시아 대회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퇴장당하는 하석주.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프랑스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하석주’와 ‘백태클’이다.
대회 E조 예선리그 1차전 상대가 멕시코였는데, 전반 27분 하석주가 통쾌한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어 월드컵 사상 첫 승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하석주가 득점 이후 3분 만에 과격한 백태클로 퇴장 당했다.

한국은 멕시코의 거센 반격에 맥을 못 췄고, 결국 후반 3골을 헌납하며 역전패했다. 하석주는 한 경기 출장정지로 2차전에 결장했고, 풀이 죽은 한국은 다음 상대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했다.

또 하나, 콰우테모크 블랑코(멕시코)의 ‘개구리 점프’도 기억난다.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발목 사이에 볼을 끼운 채 점프하며 돌파하는 기술인데, 처음 경험하는 한국 선수들이 얼떨결에 당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러시아 대회도 아쉬움이 많다. 섭씨 33도의 무더위와 4만여 멕시코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벌어진 F조 예선리그 2차전에서 한국은 1-2로 졌다. 장현수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만회골을 넣었지만 이미 승부는 기운 뒤였다. “국민 여러분에게 너무나 죄송스럽다. 하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던 손흥민의 인터뷰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2년여가 흘렀다. 다시 멕시코를 만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5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오스트리아에서 멕시코와 평가전을 갖는다. 손흥민이 경기를 앞두고 다짐했듯 반드시 설욕해야할 상대다. 아울러 한국은 1948년부터 지금까지 총 927회의 A매치를 치러 499승228무200패를 기록했는데, 멕시코를 이기면 역사적인 500승 고지에도 오른다. 벤투호의 건승을 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