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경기 외적인 영역에서 더욱 그렇다. 이대호는 1월말 롯데와 2년 26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으며 ‘우승 공약’을 내걸었다. 롯데가 왕좌에 오를 경우 매년 1억 원씩 기부하겠다는 의지였다. 막연하게 외치던 우승이라는 목표를 조금 더 구체화한 것이다.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전준우, 손아섭 등 후배들은 물론 외국인투수 댄 스트레일리까지 “그 공약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남은 모든 에너지를 2년 안에 털고 은퇴하겠다는 각오다. 이대호는 시즌 초반부터 질주하고 있다. 12일까지 7경기에서 타율 0.357, 2홈런, 1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09로 펄펄 날고 있다. 상징성 외의 기량만 놓고 봐도 여전히 롯데의 4번이 어울린다는 현장의 믿음에 부응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약간의 불균형이 보인다. 이대호는 안타 10개, 4사구 4개를 얻었다. 그러나 득점에 성공한 것은 단 2차례다. 모두 자신의 홈런 순간이었다. 나머지 12번의 출루에선 홈을 밟는 데 실패했다. 물론 이대호의 걸음이 느리기 때문에 단타 하나에 홈까지 파고들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하위타자들의 타점생산능력이 아직까지는 발휘되지 않고 있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롯데는 개막 이후 줄곧 전준우~이대호~정훈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를 구성했고, 이들은 모두 맹활약 중이다. 하위타선의 감도 나쁘지 않다. 7경기로 표본이 적긴 하지만, 롯데의 하위타선 타율은 0.298로 이 부문 1위다.
그럼에도 득점생산력이 높지 않은 것은 조합의 고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3인 포수의 불균형한 출장으로 촉발된 지금의 논쟁에는 특정선수의 투입 여부보다 더 중요한 대목이 있다. 엔트리의 유연한 활용이 어렵다는 점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클러치 능력이 부족한 선수 앞에 찬스가 걸린다면 적극적인 대타 기용 등 벤치의 움직임이 필요한데, 롯데는 이 지점에서 경직돼있다. 자연히 엔트리 한두 자리가 낭비되고 있으며, 이는 저조한 생산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1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은 이런 문제가 드러난 경기였다.
‘약속왕’은 다짐을 지키고 있다. 이대호가 집에 돌아올수록 롯데의 승리 확률은 높아진다. 벤치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