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FIVB회장이 한국-터키 도쿄올림픽 8강전 때 박수친 사연

입력 2021-08-16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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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도쿄올림픽의 많은 종목 가운데 ‘가장 흥미롭게 본 경기는 여자배구’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무려 68%의 응답자들이 이렇게 대답했다. 2016리우올림픽 때의 20%와 비교하면 엄청난 인기상승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4강까지 진출한 여자배구대표팀의 행보는 대회기간 내내 계속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고픈 경기는 터키와의 8강전이 될 것이다.

4일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벌어졌던 그날 경기에는 많은 뒷얘기가 있다. 공교롭게도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과 아리 그라싸 FIVB(국제배구연맹)회장 등 국제배구계의 리더들도 직관했다.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이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8강전을 따로 선택해 경기장을 찾은 듯하다.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이 가장 좋았던 이날 경기는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당연히 바흐 위원장은 여자배구와 우리 대표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김연경과 여자배구팀을 칭찬했던 이유다. 스위스 로잔의 IOC에 김연경의 유니폼을 전시하려고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라싸 회장의 박수였다. 5세트까지 팽팽하게 이어진 경기가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나자 회장은 “브라보”라고 외치며 벌떡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동행했던 FIVB의 많은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 두 팀 모두 최선을 다했던 멋진 경기를 지켜본 끝에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이겠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그라싸 회장은 브라질 국적이다. 이 경기의 승자가 브라질-러시아 8강전의 승자와 4강전에서 만났다. 경기를 주관하는 FIVB의 회장이라 객관적인 모습을 보여야겠지만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

브라질대표팀의 결승전 진출을 내심 응원했을 회장의 입장에서라면 세계랭킹 3위 터키보다는 대한민국이 더 만만한 상대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여자배구팀의 승리에 더 박수를 치며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은 가능하다.

터키전 3세트 듀스 상황에서 우리는 억울한 심판판정을 경험했다. 볼 경합 때 주심의 캐치볼 선언으로 점수를 내줬다. 이번 올림픽은 유난히 캐치볼과 더블콘택트 판정이 엄격했다. 두 상황 모두 주심의 판정이 최종 결정이기에 선언이 되면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다. VNL 때보다 훨씬 판정기준이 엄격해진 데도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

FIVB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올림픽 도중 갑자기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그라싸 회장이 심판위원장에게 “배구는 농구 핸드볼과는 달라야 한다. 지금 많은 경기에서 선수들이 공을 잡아서 던지는 듯한 행동이 보인다”고 말한 뒤부터 엄격하게 적용하라는 내부지침이 내려갔다는 것이다. 이후 공격수들이 한손으로 페인트 공격을 시도하면 캐치볼 반칙이 선언되는 등 판정기준이 평소와는 달랐다. 이 바람에 터키-미국의 조별리그 때는 터키의 캐치볼로 미국이 득점했지만 미국 감독조차 심판에게 항의하는 등 경기 내내 두 팀 선수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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