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기중.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좌완 선발 김기중(19)이 투수 육성의 모범답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든 팀은 해마다 자신들이 지명하는 신인이 ‘괴물’이길 바란다. 팀의 미래인 신인이 기왕이면 즉시전력으로 곧장 1군에서 뛰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아마추어를 막 벗어난 신인이 프로에서 곧바로 걸출한 실력을 뽐내기란 쉽지 않다. 소위 ‘괴물’을 뽑는 경우는 수년 내로 범위를 넓혀도 얼마 되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의 ‘육성’이 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시대다. 이런 측면에서 모범사례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가 김기중이다.
유신고 출신의 김기중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1차지명 후보로도 언급됐을 만큼 손꼽히는 유망주였으나, 프로에서 당장 두각을 드러낼 만큼의 평가를 받는 자원은 아니었다. 다만 그의 높은 잠재력은 투구 메커니즘 곳곳에 숨어있었다. 그 중 하나가 2m가 넘는 익스텐션(투구판에서부터 공을 던지는 순간까지의 거리)이다.
김기중은 한화에서 김민우와 함께 ‘유이’하게 익스텐션이 2m가 넘는 투수다. 포수와 거리가 상대적으로 더 짧아지기 때문에 같은 구속의 공도 타자가 보기에는 더 빠르게 느껴진다. 투수에게는 확실한 강점이다.
김기중은 전반기 7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ERA) 6.23으로 활약이 미미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한화는 김기중의 투구폼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익스텐션을 포함해 그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조금 늦어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기로 했다.
후반기 김기중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일까지 4경기에서 2승1패, ERA 2.12를 기록해 당당히 팀 선발진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신인투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당장 투구폼부터 뜯어고치는 게 프로의 육성법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투수가 자신에게 익숙하고, 그로 인해 얻게 된 장점을 계속 살리는 게 새로운 화두다. 한화가 김기중을 통해 성과를 낸다면, 이상적 시나리오를 현실적 얘기로 바꾼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