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이라크의 경기에서 한국이 이라크와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한국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차전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기대이하의 결과를 낸 한국으로선 남은 여정의 부담이 커졌다.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2차전 상대 레바논은 물론 향후 만날 상대국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전통의 강호 이란, 신흥 강호 아랍에미리트(UAE), 중동 다크호스 시리아가 기다리고 있다.
4.5장의 본선 티켓이 걸린 아시아에선 최종예선 A·B조의 1, 2위가 카타르로 직행하고, 각 조 3위는 아시아 플레이오프(PO)와 대륙간 PO를 통과해야만 본선에 설 수 있다. 따라서 첫 경기는 굉장히 중요했다. 내년 3월까지 이어질 레이스를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풀어가려면 결과가 필요했다. 과거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한국은 대부분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홈&어웨이 방식이 도입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남·북 대결이 1차전이었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만 무승부로 시작했는데, 이날 1경기가 추가됐다.
볼 점유율은 68대32(%)였을 정도로 압도적 경기였기에 더 아쉬웠다. “최종예선은 힘든 여정이 되겠으나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만들겠다. 홈 2연전 승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한 벤투 감독의 의지대로 태극전사들은 전반 초반부터 이라크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원톱 황의조(보르도)를 중심으로 주장 손흥민(토트넘)-이재성(마인츠)-송민규(전북 현대)를 2선에 세워 위협적 공세를 펼쳤다.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높은 볼 점유를 택한 한국은 틈날 때마다 과감한 킥으로 흐름을 잡았다. 그러나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22분 손흥민의 슛에 이어 전반 26분 이재성의 결정적 슛도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간헐적인 이라크의 역습이 점차 매서워지는 상황이 이어지자, 한국 벤치는 과감한 변화를 줬다. 후반전을 맞이하며 벤투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 손준호(산둥 타이산) 대신 남태희(알 두하일)를 투입한 뒤 후반 13분 황희찬(울버햄턴)을 출격시켰다. 후반 24분에는 이재성이 나가고 권창훈(수원 삼성)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래도 이라크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측면을 넓게 활용하며 밀집수비를 뚫으려고 했지만,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황인범(루빈 카잔)의 수차례 슛은 번번이 빗나갔고, 후반 34분 권창훈의 헤더도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벤투 감독은 공격이 실패할 때마다 얼굴을 감싸며 답답한 심정을 표출했지만 결과를 바꾸진 못했다.
한편 B조에선 이변이 일어났다. 일본이 오사카에서 열린 오만과 1차전 홈경기에서 엔도 와타루(슈투트가르트), 도안 리츠(에인트호벤), 쿠보(마요르카) 등 유럽파를 총동원하고도 후반 43분 결승골을 내준 채 0-1로 무릎을 꿇었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