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골때녀’ 박선영 “제가 ‘여자메시’라고요?ㅋㅋ…학창시절 육상·농구한 덕이죠”

입력 2021-10-0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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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우승을 차지한 FC불나방의 주장 박선영이 9월30일 인터뷰에 앞서 축구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골때녀’의 ‘미다스의 손’ 박선영 인터뷰

10대들은 축구선수로 착각…“저, 인기배우예요”
축구경기 챙겨보는 ‘축구광’…“요즘 제2전성기”
“사람들이 저만 보면 이래요. ‘어, 축구다!’”

배우 박선영(51)이 주변의 반응을 전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딜 가든 “경기 잘 보고 있다”며 쏟아지는 응원을 받는다는 그는 “심지어 10대 친구들은 내가 축구선수인 줄 안다”며 신기해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에서 에이스로 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실제로 ‘골때녀’가 일으킨 여자축구 열풍의 중심에 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라운드를 바람처럼 누비는 승부사 기질,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 감독도 감탄할 만한 지략으로 소속팀 FC불나방을 최종 우승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또 프로그램이 첫 방송된 6월 이후 여성들의 축구클럽 신규 가입률을 400%가량 치솟게 하며 여자축구 열기를 제대로 불어넣은 주역으로 꼽힌다.

9월30일 만난 박선영은 “‘골때녀’를 보고 딸과 함께 축구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중년 시청자도 봤다”면서 “중장년층에게 용기를 준 것 같아 뿌듯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8개월 동안 ‘축구인’으로 살았다”

박선영은 ‘골때녀’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2월 2부작으로 방영한 파일럿과 이번 시즌에서 모두 소속팀 FC불나방이 우승했고, 각 팀의 주축 멤버들을 선발해 치른 올스타전에도 출전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제가 ‘골때녀’의 핵심이란 평가는 과찬이에요. 다른 사람들보다 운동감각이 좀 더 있는 것뿐이에요. 모든 출연자들의 사랑과 선망을 한 몸에 받아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좋았어요. FC액셔니스타의 (최)여진이가 ‘언니 호적에라도 들고 싶다’는 말을 방송으로 보고 얼마나 웃었는데요.”

‘골때녀’로 축구를 처음 접했지만 사실 그는 운동과 인연이 깊다. 중고등학교 때 육상, 1990년 동덕여대 체육과 입학 후 농구를 한 경험이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농구할 때 골을 넣기에 유리한 위치의 동료에게 공을 보내는 가드 포지션이었어요. 덕분에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전술을 세우는 데 익숙했죠. 육상선수 시절처럼 FC불나방의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것도 어렵진 않았어요. 팀원들이 다치지 않도록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했는데, 정말 다들 잘 따라줬어요.”

2월부터 축구에 푹 빠져 살면서 “반(半) 축구인”의 생활도 경험했다. 팀 연습, 개인 체력훈련 등으로 일주일을 빼곡히 채웠다. 박선영은 “프로그램을 하면서 체중이 6㎏이나 빠졌다”면서 “다이어트를 원하는 분은 축구를 하라”며 웃었다.

“뱃살이 쑥 빠지고, 근력도 늘었어요. 덕분에 큰 부상 없이 시즌을 마쳤어요. 한 번은 ‘갈지 자(之)’로 쫙 넘어져 오른쪽 허벅지부터 무릎까지 크게 다칠 뻔했지만 근력을 쌓은 덕분에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죠. 집에 있을 땐 각종 축구경기를 다 챙겨보면서 혼자 시뮬레이션할 정도로 열심이었답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시즌2에서는 버팀목으로”

‘골때녀’는 박선영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안겨주었다. 1990년 영화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로 시작해 1993년 ‘가슴 달린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MBC 드라마 ‘위기의 남자’, KBS 2TV ‘한성별곡’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렇게 높은 인기를 체감한 적은 처음”이다.

“같은 팀 (서)동주가 ‘언니, 요즘 인기 실감하세요?’하고 묻더라고요. 저는 SNS를 잘 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가슴 달린 남자’ 등 과거 출연작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거예요. 뒤늦게 젊은 세대에게까지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었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시즌2에서는 물오른 팀원들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선봉장이 아닌 버팀목이 될 겁니다.”

박선영은 “10여년 전 우연히 본 사주풀이에서 ‘나이 60에 전성기를 맞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요즘 왜 자꾸 그 말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축구로 빛을 볼 줄 몰랐듯이 그 말이 진짜가 될지 누가 아냐”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연기도 끈을 놓지 않고 있어요.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있죠. 언젠가는 와이어를 달고 멋진 액션연기를 펼칠 날도 꿈꾸고 있어요. 무엇이든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 할 거예요. 지금껏 살면서 열심히 해서 안 된 건 있어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거든요. 하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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