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전 결승포’ 일류첸코, “전북의 ‘우승DNA‘ 입증할 3G 더 남았다” [사커피플]

입력 2021-11-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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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첸코.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K리그1(1부) 35라운드 ‘현대가 더비’가 열린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스코어 2-2에서 전광판 시계는 멈췄고, 5분 주어진 추가시간마저 거의 소진됐다. 이 때 전광석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전북 왼쪽 풀백 김진수의 전진에 놀란 울산 수비수 2명이 훤히 열어준 공간에서 쿠니모토가 자유로이 띄운 크로스를 일류첸코(31)가 정확히 머리를 갖다대 골네트를 흔들었다.

후반 44분 교체 투입된 러시아 골잡이의 한 방은 홈팀에 많은 것을 안겼다. 올 시즌 울산과 4차례 만남에서 2무2패로 열세였던 전북은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복수에 성공했고, 동시에 치열한 우승경쟁을 이어온 상대와 격차를 승점 3점으로 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시즌 15호골(3도움)로 전북의 우승 레이스에 힘을 실어준 일류첸코는 그 짜릿한 순간에도 크게 웃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팔짱을 끼는 담백한 세리머니에 그쳤다. 오히려 동료들이 난리가 났다.

물론 엄청난 행복감이 그를 감쌌으나 감정을 자제한 이유가 있었다. 라이벌전에서 이겼다는 기쁨에 취할 틈이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8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일류첸코는 “리그 5연패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은 맞지만, 시즌은 끝나진 않았다. 마지막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긴장하며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말하는 전북의 ‘우승 DNA’에 대해서도 그는 달리 접근했다. “단순히 유리한 위치에 있을 뿐이다. 전북의 운명을 결정할 3경기를 앞두고 있다. 매 경기 포인트는 달라도 분명한 점은 우리의 ‘우승 DNA’를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류첸코는 2019년 여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하며 K리그에 데뷔했다. 당시에도 울산은 포항에 ‘져선 안 될’ 라이벌이었다. 전북과 우승을 다툰 울산에 포항은 중요한 시점마다 매운 고춧가루를 뿌렸고, 그 중심에는 일류첸코도 있었다.

“울산전은 정말 중요했고, 중요한 골을 넣었다. 득점 순간, 많은 감정이 뒤섞였다. 그 때의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 5분 정도 뛰었어도 역할은 분명하다. 스트라이커는 득점으로 말한다. 1분만 뛰어도 골을 노려야 한다.”

다소 민감한 얘기에도 일류첸코는 솔직했다. 한솥밥을 먹는 팀 동료 구스타보(27·브라질)와 경쟁이다. 누구나 선발을 욕심낸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원톱을 주로 가동하는 전북에서 최근 구스타보가 먼저 나서는 경기가 많아졌다.

“많이 뛰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똑같다. 단, 분명히 얘기한다. (구스타보는)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다. 함께 역사를 이루고 영광을 나눌 소중한 친구”라고 밝힌 일류첸코는 친정팀에 대한 응원도 빼놓지 않았다. 포항은 24일(한국시간) 리야드에서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치른다.

“포항에서 긴 시간을 보내진 않았어도 수많은 감동 스토리를 만들었다. 매 순간을 함께 한 포항 맨들을 전부 기억한다. 어려움을 뚫고 큰 무대에 올랐으니 꼭 트로피를 들고 돌아오길 기도하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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