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 신음하고, 시간에 쫓기고, 추위에 고통 받았던 ‘벤투호’의 나흘

입력 2021-11-1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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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 스포츠동아DB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치렀다.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홈경기임에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11월 A매치를 위한 선수 명단을 구성할 때부터 벤투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부동의 스트라이커 황의조(29·보르도)가 프랑스 리그앙(1부) 경기 도중 발목을 다친 데 이어 회복과정에서 허벅지까지 다쳐 1일 발표된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수비의 중심 김영권(31·감바 오사카) 역시 부상으로 발탁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소집 직전까지 김영권의 몸 상태를 지켜봤지만, 합류는 끝내 불발됐다.

벤투 감독은 공수 핵심선수들의 대안을 찾아야 했다. 최전방에는 K리그1에서 활약이 좋았던 김건희(26·수원 삼성)를 처음 발탁했고, 수비진에선 기존의 권경원(29·성남FC), 박지수(27), 정승현(27·김천 상무) 중 김민재(25·페네르바체)의 파트너를 물색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선발 라인업 구성을 놓고 UAE전 당일까지도 고민했다. 부임 초기에 밝힌 철학을 바탕으로 같은 시스템을 꾸준히 유지해왔던 벤투 감독이다. 매번 확신에 차있던 그마저도 “동일 포지션에 뛸 선수들이 있지만, 다른 전술도 쓸 수 있다”며 고뇌를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제대로 된 훈련시간은 단 하루뿐이었다. 손흥민(29·토트넘), 김민재 등 일부 해외파가 다른 선수들보다 하루 늦은 9일에야 합류했다. 25인의 태극전사가 모두 모여 손발을 맞춘 것은 경기 전날인 10일 딱 하루였다. 이들의 기량에는 의심이 없지만, 황의조와 김영권이 없는 상황에서 조직력을 끌어올리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도 문제였다. 경기 당일 고양시 일대는 체감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가 선수들이 부상위험에 노출됐다. 벤투 감독은 “추운 날씨는 괜찮을 것 같다. 몸을 더 많이 움직이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직접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몸 관리에 더욱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고양 |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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