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제주에 2-0으로 승리를 거둬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주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38라운드 홈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2-0으로 꺾고 22승10무6패, 승점 76으로 또 한번 정상에 섰다. 후반 9분 한교원의 선제 결승골, 후반 28분 송민규의 추가골로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동시에 킥오프된 경기에서 2위 울산 현대도 대구FC를 2-0으로 제압하고 승점 74(21승11무6패)를 쌓았으나, 전북은 끝내 역전 우승을 허용하지 않았다. 실력으로 제주를 넘어 시상대에 올라 쌓이고 쌓인 ‘우승 DNA’를 입증했다.
전주과 울산 경기의 전반전이 끝났을 때만 해도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설영우~오세훈의 연속골로 울산은 2-0으로 리드한 반면, 전북은 제주와 0-0이었다. 울산이 이긴다는 전제 하에 제주가 이길 경우, 전북은 다 잡은 우승을 놓칠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 초반 코너킥 상황에서 제주 골키퍼 이창근이 흘린 볼을 한교원이 놓치지 않고 밀어 넣으며 사실상 전북이 우승을 예약했고, 올 여름이적시장에서 전북에 입단한 송민규가 쿠니모토의 패스를 쐐기골로 연결하며 20억 원 몸값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로써 2019, 2020시즌에 이어 3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울산의 극심한 ‘전북 트라우마’도 지속되게 됐다.
물론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비겨도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은 오히려 큰 부담이었다. 전북 선수단은 3일부터 자발적으로 합숙을 하며 몸과 마음을 깨웠다. 아니나 다를까. “‘전북이 (우리 탓에) 우승하지 못한다면 (미안해서) 어쩌냐’는 압박이 있었다. 우리도 최고 순위를 노릴 것”이라고 다짐한 남기일 감독의 제주는 치열하게 부딪혀왔다.
그러나 전북은 공간을 지배했고, 강한 압박을 가해 큰 위기를 맞지 않았다. 필요할 때 한 방씩 터트렸고, 상대가 장신 선수 2명을 투입한 후반 막판에는 브라질 공격수 구스타보를 수비라인 한복판으로 끌어내린 흥미로운 용병술로 대처하기도 했다.
최강희 전 감독과 조세 모라이스 전 감독(포르투갈)을 코치로 보좌했던 ‘초짜 사령탑’ 김상식 감독은 울산의 강한 도전 속에 시즌 내내 마음고생이 컸지만,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로 활짝 웃었다. 전북은 다득점에서 앞선 1위로 시작한 파이널 라운드에서 4승1패를 거둬 우승 확률을 높였다. 이 기간 울산은 3승1무1패였다.
김 감독은 “좋은 경기로 특별한 날을 만들었다. 우린 더 강해질 것”이라며 활짝 웃었고, 경기 후 눈물까지 흘린 주장 홍정호도 “부담이 극심해 잠을 잘 수 없었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의지가 강해 고비를 잘 이기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미소를 보였다.
전북의 왕조 구축, 신화 창조에 결정적 역할을 한 ‘레전드’ 이동국도 이날 현장을 찾아와 후배들을 격려했다. 경기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한 홈 라커룸에 들어간 그의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절대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라. 전북은 늘 강하다”고 격려했고, 화려한 우승 세리머니까지 함께 하며 행복한 하루를 만끽했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