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더 각” 언급한 ‘15승 신인왕’ SSG 신재영, 반등 기회 잡을까?

입력 2022-03-0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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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신재영. 사진제공 | SSG 랜더스

SSG 랜더스 신재영(33)은 히어로즈 시절인 2016년 15승을 거두며 신인상까지 거머쥔 우완 사이드암투수다. 2012년 프로에 데뷔해 2016년 처음 1군 무대를 밟고 정규시즌 30경기에서 15승7패, 평균자책점(ERA) 3.90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그의 슬라이더는 KBO리그의 명품 구종 중 하나로 꼽혔다. 횡으로 휘는 각이 일품이었다. 탁월한 제구력과 완급조절능력이 뒷받침된 덕분에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 피치만으로도 버틸 수 있었다. 실제로 2016년 그의 전체 투구 중 직구(43.1%)와 슬라이더(43.4%)의 구사율은 무려 86.5%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투 피치의 한계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스스로도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늘리는 등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2019년에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29.8%로 동일하게 맞추는 등 노력을 멈추지 않았지만, 1군 무대 첫해의 성적은 다시 볼 수 없었다. 2019~2020년 19경기(34.1이닝) 등판이 전부였고, 2020시즌 직후에는 키움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기까지 했다.

야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독립구단(시흥 울브스)에서 권토중래를 노린 끝에 지난해 6월 7일 SSG의 부름을 받았다. 1군 20경기에서 승패 없이 ERA 5.72(28.1이닝 18자책점)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진 못했지만, 충분한 희망을 봤다. 특히 27삼진/2볼넷의 안정감은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올해 연봉계약 대상자로 분류돼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다.

SSG 신재영. 사진제공 | SSG 랜더스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입지의 차이는 크다. 지금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1군에 살아남는 게 먼저다. 그러나 제주 서귀포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를 통해 한껏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2월 27일 자체 홍백전에선 1이닝을 2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투수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때 그는 “슬라이더의 각”을 언급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슬라이더는 신재영의 반등 포인트다.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크게 높이며 투 피치에서 벗어났지만, 핵심 구종이었던 슬라이더의 위력이 무뎌진 것은 부진이 길어졌던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사이드암 투수의 슬라이더는 그 각에 따라 우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확률 자체가 달라진다. 신재영은 “코치님들과 함께 몸을 효율적으로 쓰는 부분에 집중해서 훈련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며 “과거와 비교해 허리와 골반을 더 활용해 공을 던지려고 하는데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해진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김원형 SSG 감독도 신재영의 컨디션에 만족하는 눈치다.

신재영의 부활은 SSG로서도 중요한 요소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박종훈과 문승원이 6월 복귀를 준비 중인 터라 선발진에 히든카드가 필요하다. 선발 경험이 풍부한 신재영은 그 후보 중 하나다. 불펜에서도 유형을 다양화할 수 있는 카드다. SSG 입단 당시 “어떤 보직이 주어지더라도 팀에 반드시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묵묵히 약속을 지킬 날을 기다리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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