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한유섬(왼쪽), 롯데 한동희. 스포츠동아DB
타율은 변동이 잦다. 한유섬은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까지 19경기에서 타율 0.412로 1위였다. 하지만 24일 한동희가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타수 3안타를 기록해 순위가 바뀌었다. 같은 날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한 한유섬은 단 9리차로 2위가 됐다. 팽팽히 맞선 이들 2명은 26일 사직 SSG-롯데전에서 만났다. 나란히 4타수 2안타로 맞붙을 놓았다. 이제 격차는 불과 8리다.
타율뿐이 아니다. 한유섬, 한동희는 KBO 시상 기록 기준으로 8개 중 6개 부문에서 선두를 나눠 가졌다. 시상 제외 기록까지 포함하면 15개 중 9개 부문이 이들 2명의 몫이다.
홈런 부문에선 한동희(6개)가 앞서고, 타점과 득점 부문은 한유섬(25타점·16득점)의 차지다. 한유섬은 한동희보다 홈런을 적게 쳤지만, 2루타(12개·1위) 생산 능력이 인상적이다. 출루율과 장타율 부문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OPS로는 출루율이 더 높은 한유섬(1.214)이 한동희(1.208)를 근소하게 앞선다.
양팀에도 반가운 경쟁이다. 지금 흐름이면 SSG는 모범 사례를 만들 듯하다. SSG는 지난해 12월 한유섬과 5년 최대 60억 원(연봉 총액 56억+옵션 4억)에 다년계약을 맺었다. 당초 한유섬은 2023년이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의 가치를 알고 있던 SSG가 재빨리 움직였다. SSG는 한유섬뿐 아니라 문승원, 박종훈과도 다년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흔히 볼 수 없는 계약 형태였지만, 한유섬이 계약 첫해 모범 사례로 거듭나면 시장 분위기도 달라질지 모른다.
한동희의 활약도 범상치 않다. 롯데로선 1차지명(2018년)으로 품은 유망주가 터지기 시작해 더욱 반갑다. 지난 2년간은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잠재력을 드러냈는데, 올 시즌에는 커리어 하이 페이스다. 단순 계산으로도 43홈런, 122타점을 달성할 기세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기술적으로도 성장했지만, 타석에서 전략을 잘 짠다. 노리는 공이 오면 놓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대호(40)의 은퇴를 앞둔 시점이기에 더 반갑다. 한동희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대호를 롤 모델로 꼽아왔다.
이대호는 “제2의 이대호가 아닌 제1의 한동희가 되면 더 좋겠다”고 바랐다. 한동희는 올해 프로 5년차다. 4~5년차부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거듭난 이대호와 닮아가고 있다. ‘라스트 댄스’를 추는 이대호와 롯데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