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유형 아니어도 환상적” 밥상 떠먹는 테이블세터, 롯데 안치홍이 만든 길

입력 2022-06-06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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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안치홍. 스포츠동아DB

“타석에서 쉽게 죽지 않으려 노력한다.”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32)은 올 시즌 wRC+(조정득점생산·스포츠투아이 기준) 161.3으로 팀 내 1위이자 리그 전체 3위다. 그보다 앞선 이는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206.9), 나성범(KIA 타이거즈·185.0)뿐이다. 4, 5월 가장 뜨거웠던 한유섬(SSG 랜더스·160.2), 소크라테스 브리토(KIA·155.9)가 그 뒤를 잇는다.

이 부문 상위 5명에 든 다른 4명과 차이점은 타순이다. 안치홍은 주로 3~5번을 맡는 이들과 달리 테이블세터로 자주 기용된다. 올 시즌 50경기 중 37경기에 테이블세터로 선발출장했다. 그 중 1번타자로 가장 많은 19경기에 나섰다.

롯데는 상대 투수에 따라 유동적 라인업을 짠다. 중심타자 전준우, 정훈, 한동희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에는 안치홍이 2~3번을 오갔다. 최근에는 황성빈의 리드오프 출장 빈도가 늘면서 2번타자로 자주 나선다.

안치홍은 어느 타순에서든 밥상 차리는 역할에 충실했다. 이닝별 선두타자로 나선 67타석에서 타율 0.381(63타수 24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053으로 맹활약했다.

밥상을 차리는 데 그치지 않고 떠먹기까지 했다. 50경기에서 타율 0.303, OPS 0.874, 9홈런, 26타점, 2도루다. 그 중 1번타자로는 86타석 동안 타율 0.286(77타수 22안타), OPS 0.855, 5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롯데의 1번 타순에 선 10명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주로 테이블세터 역할을 맡으면서도 팀 내 홈런(9), 타점(26) 2위에 오르는 등 생산성을 과시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우리 팀에 전통적 유형의 1, 2번타자는 없다. 하지만 안치홍의 활약은 환상적이다. 내가 그를 테이블세터로 기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루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타점 생산도 가능하다”고 칭찬했다.

현재 롯데로선 안치홍의 타석 기회가 많을수록 타선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크다. 지난달 31일 사직 LG 트윈스전부터 5경기에선 팀 타율 0.240, OPS 0.633을 기록했다. 이 기간 경기당 3.6득점했다. 타순간 연계가 이전보다 원활하지 않았다.

안치홍은 “1번타자로 뛸 때면 선두타자 타석이 확실히 보장된 이닝은 1회뿐이다. 어떤 상황이든 출루가 목표지만, 타순간 연계도 생각한다”며 “상위타순이 다른 타순보다 좋은 점은 타석에 설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찾아온다는 것이다. 나는 전통적 테이블세터 유형의 선수들처럼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진 않지만 타석에서 쉽게 죽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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