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욕설’ 주고받은 서울과 인천, 모두가 매너의 패자 [현장리포트]

입력 2022-08-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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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인천 유나이티드-FC서울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3라운드 순연경기가 열린 2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1만 관중 앞에서 에르난데스와 김도혁이 연속골을 터트린 홈팀의 2-0 완승으로 끝난 이날 경기 후 볼썽사나운 사태가 벌어졌다. 서로 ‘손가락 욕설’을 주고받은 것이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양 팀 팬들이 모여든 경기장 지하 1층 선수단 출입구 주변에서 벌어진 일이다. 서울 선수들이 나오자 일부 인천 팬들이 야유와 조롱을 시작했다. 선수들의 사인을 받던 서울 팬들도 함께 욕설을 하는 등 대응했으나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선수단을 태운 서울 버스가 출발할 때 인천 팬들이 손가락 욕설을 시작했다. 그런데 서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차창 밖으로 누군가의 손이 불쑥 나와 똑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이 각종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를 통해 번지면서 파장을 낳은 가운데 현장에 파견된 경기감독관의 보고를 받은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이를 인지했다. 우선 양 구단의 소명을 받고 징계 등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양 구단은 서로 서운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은 ‘동선분리’를 강조했다. 좁은 공간에 선수들과 팬들이 뒤섞여 빚어진 일이라고 본다. 인천은 월드컵경기장과는 다른 전용경기장 구조를 강조한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잘한 것은 없다. 하지 않아야 할 잘못을 범했다. 영상을 보면 인천 팬들이 원정 버스를 먼저 조롱했다. 최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몰지각한 수원 삼성 팬이 중학생 서울 팬을 위협해 K리그의 폭력적 응원문화가 도마에 오른 지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에 무척 아쉽다.

서울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선수든, 스태프든 분노를 참지 못한 손가락의 주인공은 조용히 넘어가도 될 일을 크게 확대했다. 뜨거운 ‘경인더비’의 승패는 갈렸으나 승자인 인천도, 패자인 서울도 매너만큼은 모두가 패자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인천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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