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인 축구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는 김찬호. 중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3개 동호인 팀에서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선출’ 축구 마니아다.

동호인 축구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는 김찬호. 중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3개 동호인 팀에서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선출’ 축구 마니아다.


17일 신작 개막 앞두고 연습 한창
동호인 소속팀만 3개 축구 마니아
명문고 러브콜 받은 ‘선출’ 실력파
“뛰고 나면 모든 스트레스 확 풀려
운동으로 건강·행복 다 잡으세요”
“오늘도 아침에 공차고 극장 들어갑니다!”

뮤지컬 배우 김찬호(39)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연계 축구광, 아니 ‘축구인’이다. 동호인 명문팀 라온FC(송용진, 김대곤, 김지철 배우도 이 팀 소속이다)를 비롯해 3개 팀을 번갈아 가며 포워드 공격수로 맹활약 중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에게 공차는 법을 배우며 축구의 재미에 첫눈을 뜬 김찬호는 중학교 때까지 축구부 선수로 뛰었다. 종목 불문 동호인팀들이 VIP로 모셔간다는 ‘선출(선수출신)’이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이영표를 배출한 축구 명문 안양공고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축구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인문계열 고교에 진학했다. 뮤지컬 팬들은 김찬호의 축구행을 막은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듯하다.

축구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달라는 요청에 김찬호는 대학 시절을 떠올렸다.

“서울예술대 재학시절 체육대회가 열렸어요. 우리 연극과는 주성치가 출연한 영화 ‘소림축구’ 의상을 단체로 입고 나갔습니다(웃음). 비가 엄청 쏟아지던 결승전에서 제가 마지막 결승골을 넣어 우승했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정말 짜릿했거든요.”

김찬호는 ‘더데빌’, ‘더맨인더홀’, ‘마마돈크라이’, ‘킹아더’ 등의 뮤지컬과 ‘보도지침’, ‘데스트랩’ 등 연극 작품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배우다. 특히 그는 대표적인 뮤지컬계 ‘꽃미남’ 배우. 공교롭게도 뱀파이어, 외계인, 늑대인간 등 인간 아닌 인간 같은 배역을 많이 맡았는데, 이를 두고 “탈인간급 외모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참고로 이런 탈인간급 남자와 살고 있는 아내는 우리나라 뮤지컬계 톱 여배우 중 한 명인 박혜나다.

김찬호는 요즘 17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걸작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베르나르도 역을 맡아 막판 연습 중이다. 김찬호는 “정말 역대급으로 어렵고 힘든 안무와 액션을 소화하고 있다”며 “다행히 그동안 축구로 단련한 체력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김찬호에 따르면 단체운동인 축구는 뮤지컬과 닮은 데가 많단다. 혼자 잘 한다고 경기에서 이길 수 없듯 뮤지컬도 배우, 창작자, 스태프 등이 서로 돕고 배려하며 자기 맡은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 좋은 작품, 공연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축구는 거친 몸싸움 등 늘 부상의 위험이 있는 종목이다. ‘몸이 재산’인 배우에게는 다소 과격한 운동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인’ 김찬호의 대답은 달랐다.

“축구는 과격한 운동일 수 있지만 조심하면서 하면 위험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축구 한 게임 뛰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너무 좋아지거든요. 이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거죠.”

배우는 체력 못지않게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한 직업이란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건강에 제일 좋은 것 같다”는 김찬호는 “그리고 저는 잠을 아∼주 잘 잡니다”라며 웃었다.

연말에는 동갑내기 절친 배우인 고훈정과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두 사람은 9월에 이미 한 차례 뮤지컬 콘서트를 함께 한 바 있다.

“요즘 날이 많이 추워지고 있습니다. 춥다고 움츠리지만 마시고 운동을 통해 건강과 행복을 챙기셨으면 합니다. 저와 여러분은 모두 ‘행복해야 하는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