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황민경(왼쪽).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은 외국인선수 야스민 없이 한 달 넘게 버텼다. 야스민은 지난해 12월 18일 페퍼저축은행전을 끝으로 코트를 밟지 못했다. 허리와 어깨 부상 탓이다. 현대건설은 사실상 3라운드부터 11경기를 외국인선수 없이 치렀다. 그럼에도 7승4패로 선전했다. 4라운드에는 4승2패를 기록했다. 강성형 감독은 “체력이 고갈돼 2승4패를 할 줄 알았는데, 4승2패를 해 다행이었다. 선수들이 이겨낸 덕분”이라며 “그런데도 선두 싸움과 연패 탈출까지 해주니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야스민의 부재에 대한 구단 안팎의 시선은 달랐다. 일각에선 국내선수들만으로 선두를 지키는 만큼 외국인선수 공백이 크지 않다고 평가하지만, 현대건설 선수들에게는 빈자리가 분명 크게 느껴졌다.
야스민이 공격종합(공격성공률 46.86%), 서브(세트당 0.447개) 등의 지표에서 걸출한 성적을 내고 있었으니 국내선수들이 메워야 할 몫이 컸다. 양효진은 “야스민의 빈자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워낙 큰 공격을 도맡던 선수이지 않나. 물론 (야스민이) 없어도 팀 색깔이 잘 나오고 있지만, 큰 공격을 해줄 선수가 있어야 좋다”고 밝혔다.
가장 큰 우려는 국내선수들의 체력 저하였다. 난 자리는 하나여도 그 1명의 몫이 워낙 커 부담이 결코 작지 않았다. 베테랑 황연주는 “(외국인선수가) 빨리 오면 좋겠다”며 “충분히 쉬면 체력은 괜찮다. 다만 정신적인 게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지윤 역시 “빨리 합류하면 좋겠다. 그만큼 우리 팀이 강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강 감독은 전술로, 선수들은 정신무장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있다. 강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정지윤을 선발로 내보내 황민경, 황연주 등의 공격 부담을 줄이는 등 전술적 차이를 줘 결과를 내고 있다. 선수들도 기대에 부응하려 애쓴다. 황민경은 “부담은 서로 나눠야 한다. 그게 팀”이라며 “외국인선수가 없어도 상대를 질리게 만들려 한다. 상대가 우리를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해야 하니 선수들에게도 더욱 물고 늘어지자고 한다. 흥국생명 (김)해란 언니는 우리한테 ‘형광 좀비(유니폼 색깔에 빗댄 표현)’라고 말한다(웃음). 죽을 듯 죽지 않으면서 버틴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