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패→4연승…‘봄 배구’ 희망 살린 권영민 감독의 리더십

입력 2023-02-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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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한국전력 감독. 스포츠동아DB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43)은 사령탑 초보다. 명 세터 출신으로 화려한 커리어 덕분에 감독 선임 당시 주목을 많이 받았다. 지난해 8월 KOVO컵에서 준우승하며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정규리그는 달랐다. 뜻대로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한없이 무너지며 9연패를 당했을 때는 그대로 시즌이 끝날 것 같았다. 이번 시즌 남자부 최다 연패다. 다 이긴 경기도 막판에 뒤집히기 일쑤였다.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초보 감독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시련이었다. 많은 시행착오 속에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경험과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다시 일어섰다. 우선 서브와 리시브 등 기본을 강조했다. 외국인 선수 타이스에게 집중된 목적타를 피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또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선수들의 심리적인 안정도 중요했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신뢰였다. 감독은 선수를, 선수는 감독을 믿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를 호통 치지 않았다. 선수들도 감독이 제시하는 방향이 옳다고 확신했다.

지난달 원정으로 열린 4라운드 우리카드전에서 9연패를 끊었다. 풀세트 접전 끝에 비로소 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감독은 울컥했다. 기자회견장에선 목이 메었다.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렇게 감독은 한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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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성공하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4연승 포함 최근 7경기 6승1패의 상승세다. 1위 대한항공, 2위 현대캐피탈마저 격파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또 지고 있더라도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9연패의 악몽을 잊은 것은 물론이고 이제 ‘봄 배구’를 향해 하나로 뭉쳤다. 4위 한국전력(승점 38)은 3위 우리카드(승점 39)에 1점차로 따라붙었다.

한국전력의 최대 강점은 신구 조화다. 박철우, 신영석, 서재덕 등 베테랑들과 임성진, 하승우, 장지원 등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해온 세터 하승우와 공격수 간 호흡이 갈수록 좋아지는 점은 긍정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세터도 공격수와 손발을 맞추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 이제 완전히 적응했다. 감독이 시즌을 앞두고 구상한 전력의 80~90%까지 올라왔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또 팀을 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베테랑들의 희생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사령탑 첫 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권 감독이 시즌 막판 어떤 리더십으로 팀을 끌고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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