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온병원그룹 ‘튀르키예 대지진’ 이재민 진료 나서

입력 2023-02-20 1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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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 파견된 긴급의료봉사단이 봉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그린닥터스

의료시설 붕괴, 3시간 진료에 이재민 77명 몰려
“생필품과 달리 의료지원 부족해 도움 손길 절실”
의료진의 손길을 곳곳에서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 도착한 ‘튀르키예 대지진 긴급의료봉사단’이 사흘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부산에 본부를 둔 그린닥터스-온병원그룹 사회공헌재단 합동 긴급의료봉사단은 29시간을 이동해 도착한 첫날인 지난 18일 오후 이스켄데룬 이재민캠프에 설치돼 있는 컨테이너하우스에서 임시 진료소를 차려 곧바로 진료 활동에 나섰다.

긴급봉사단 단장인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을 비롯해 온종합병원에서 파견된 오무영 소아청소년과 과장·김석권 성형외과 과장, 일신기독병원 박무열 외과과장 등이 진료에 참여했다.

눈이 잘 안 보인다며 안과질환을 호소하는 이재민들, 알레르기 등 피부 질환자,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외과계 환자, 당뇨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자들이 지진 등으로 제때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해 그린닥터스의 임시진료소를 몰려들어 약 처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네댓 살로 보이는 아이가 머리 뒷부분을 다쳐서 앰뷸런스로 이송 중이라는 소식에 때마침 외래진료 중이던 김석권 성형외과 과장이 봉합수술을 준비했으나 다행히 외상이 깊지 않아 처치를 받고 귀가했다.

그린닥터스는 3시간 동안 진행된 첫날 임시진료소에서 작은 수술 2건을 비롯해 ▲소아과 20명 ▲외과 12명 ▲성형외과 20명 ▲안과 25명 등 모두 77명의 이재민들을 치료했다.

오무영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소아 환자의 경우 저개발국에서 빈번한 양쪽 귀에서 고름과 함께 통증을 호소했고 심지어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 중이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며 “지진복구 지연으로 아이들이 치료 적기를 놓칠 것이 우려된다. 어른들은 피부 가려움증과 위장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스켄데룬 이재민캠프에서는 영어로 소통하면서 튀르키예 의료진들과 공동 협력진료 활동을 펼쳤다. 튀르키예 의료진들은 현지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대한민국 그린닥터스 의료진들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한다.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 파견된 ‘튀르키예 대지진 긴급의료봉사단’이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그린닥터스


둘째 날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베이스캠프를 차린 아다나에서 차량으로 3시간 이동해 안타키아(안디옥)의 무너진 교회 마당에 임시 진료실을 마련해 이재민들을 치료했다. 안타키아에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119대원들이 인명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안타키아 지진현장은 처참한 상황이었다. 임시진료소를 차린 안디옥교회는 지진으로 무너졌고 아직 구조하지 못한 한 명이 매몰돼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진 중심지인 탓에 주민은 대부분 안전한 곳에 설치돼 있는 이재민캠프로 이동하는 바람에 도시의 집들은 텅 비어 있었다. 이따금 난민캠프에 가있는 주인들이 집을 살피러 드나들기도 했다. 안타키아에 도착한 그린닥터스는 근처를 지나던 튀르키예 군인의 도움으로 무너진 가게 안에서 꺼낸 책상 등으로 임시진료실을 꾸렸다.

봉사단은 진료를 마친 이재민들에게 집에서 응급상황에 간단히 대처 가능한 의약품 등이 담긴 응급의료키트 100개를 나눠줬다.

그린닥터스는 또 여진 등에 대비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해간 비상용손전등과 텐트 배터리 등과 진료하고 남은 의약품들을 현지 이재민 지원단체 등에 기증했다.

정근 단장은 “진료시간이 미리 정해진 탓에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많은 이재민 환자들을 돌보지 못하고 철수해 무척 아쉬웠다”면서도 “튀르키예 국가재난청에서 대한민국 의료진의 현지 진료활동을 직접 승인해 주는 등 봉사단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줬다”며 한국 의료봉사단에 대한 튀르키예 정부의 깊은 배려에 고마워했다.

이어 “재난지역에 생필품 등 물자는 상대적으로 풍족한 편이나 의료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라며 “더 많은 나라의 의료지원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스포츠동아(부산)|김태현 기자 localbu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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