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수’에서 조선 최고의 살수를 연기한 신현준은 “촬영 내내 몸에 파스 냄새가 가실 날이 없었지만 꼭 해내고 싶었다”며 캐릭터에 대한 짙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HJ필름
영화 ‘살수’서 새로운 도전 보여준 배우 신현준
리암 니슨·톰 크루즈 보며
‘멋진 액션 찍어보자’ 결심
촬영내내 파스였지만 행복
예순엔 무협영화…도전 ing
“지금까지 만났던 영화 중 가장 힘들었어요.” 리암 니슨·톰 크루즈 보며
‘멋진 액션 찍어보자’ 결심
촬영내내 파스였지만 행복
예순엔 무협영화…도전 ing
배우 신현준(56)이 영화 ‘살수’(감독 곽정덕·제작 디에이치미디어)의 촬영을 돌이키며 혀를 내둘렀다. 22일 개봉하는 영화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조선 최고의 검객을 연기하며 한계를 체험했다. “이 나이에 고강도 액션을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까지 한다. 괜한 엄살이 아닌 듯하다.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신현준은 촬영 내내 몸에서 파스 냄새가 가시는 날이 없었다면서 “그런데도 꼭 해내고 싶었다. 오히려 예산이 적은 작품이라 더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에 고통을 참으면 연기했다는 그는 “예순에는 ‘동사서독’ 같은 무협영화를 찍고 싶다”며 액션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나도 톰 크루즈처럼!”
그의 액션에 대한 무한 사랑은 과거 10년간 진행자로 나섰던 KBS 2TV 연예정보프로그램 ‘연예가중계’를 통해 만난 해외 배우들이 자극제가 됐다. 특히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멋진 액션을 선보이는 할리우드 배우들은 그의 액션 욕심에 불을 지폈다.
“영화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도 늦은 나이에 굉장히 멋진 액션을 선보이잖아요. 작년에 개봉했던 ‘탑건: 매버릭’에서는 톰 크루즈가 직접 비행기를 몰고 액션까지 선보였고요. 굳이 배우가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직접 하는 모습을 보고 ‘아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연예가중계’가 늘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동료 연예인의 안타까운 소식, 악플이나 루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후배들의 이야기를 전할 때는 마음이 무너졌다.
“설리 씨의 소식은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특히 제 대표작 중 하나의 ‘비천무’의 여주인공 이름과 같아서 더 마음이 갔던 친구였거든요. 후배들에게 늘 악플은 되도록 보지 말라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게 보게 되나 봐요. 정말 슬프죠. 앞으로는 그런 슬픈 선택을 하는 친구들이 없길 바라요.”
●“나의 원동력은 가족!”
신현준이 온몸에 파스를 붙여가며 뛰는 이유는 하나다. 가족! 그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2013년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뒀다. 2년 전 54세에 얻은 늦둥이 막내딸은 유난히 눈에 밟히고 사랑스럽다.
“막내가 나오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다들 축하한다고 하기 전에 ‘그게 돼?’라고 말하더라고요. 하하. 진정한 축하 전화는 (김)수미 엄마 한명뿐이었다니까요. ‘살수’ 촬영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연기를 한 뒤 집에 들어가면 나의 나쁜 기운이 딸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죠.”
그는 영화 속 베드신 때문에 아내와는 현재 “귀여운 냉전 중”이다. 1997년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이후 26년 만에 찍은 베드신이다.
“베드신은 정말 어려워요. 단순히 노출이 있어서가 아니라 감정연기를 함께 해야 하는 게 굉장히 힘들죠. 그래서 ‘마리아와 여인숙’ 이후에는 일부러 베드신을 안 찍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영화 전개상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영화를 본 아내는 ‘그게 뭐냐. 꼭 필요한 장면이냐. 난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속상해 했어요. 안 달래지더라고요. 그래서 아직까지 아내에게 따뜻한 밥을 못 얻어먹고 있죠. 하하.”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