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이자수입을 통한 실적잔치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 뉴시스
과도한 이자장사에 칼 빼든 정부
영업 관행·제도 개선 위한 TF 발족
경쟁 통한 소비자 편익 제고에 무게
핀테크사 금융업 진출 확대 등 거론
국회선 편승이익 횡재세 부과 검토
이자장사를 통한 실적잔치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고 있는 은행권이 고립무원 처지에 몰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이 한 목소리로 은행권 비판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 관행·제도 개선 위한 TF 발족
경쟁 통한 소비자 편익 제고에 무게
핀테크사 금융업 진출 확대 등 거론
국회선 편승이익 횡재세 부과 검토
●정부가 직접 제도 개선 나서
기존처럼 메시지 전달을 통한 개선 유도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직접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게 특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를 열고 “은행 돈 잔치로 국민에게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TF에서는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 6개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 및 논의한다. 23일 첫 회의를 시작해 6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보수체계 유력 개선안으론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거나 돌려받는 ‘클로백(claw back·환수)’ 강화와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심의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경영진 급여에 대한 주주발언권)’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수술대에 올릴 방침이다. 5대 시중은행이 예금·대출 시장을 독식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경쟁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인가를 용도나 목적에 따라 세분화해 소상공인 전문은행이나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을 배출하는 방안, 인터넷 전문은행을 추가로 허용하는 방안,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국회에서는 시장에 편승한 이익에 대해 초과이득세(횡재세)를 내게 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싸늘한 국민 여론이 한 몫
이렇듯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은 은행권에 대한 싸늘한 국민 여론이 한몫했다. 이는 은행권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2.25%p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은행권은 예·적금 등의 수신금리보다 대출금리 인상 폭을 높게 잡아 결국 고객 부담을 키웠다. 이자장사를 통한 역대급 실적에도 통큰 사회공헌보다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 주주 환원을 위한 배당 확대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밉상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2021년 7월부터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줄어든 오프라인 영업점 영업시간과 관련해 은행 노조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복원에 미적대면서 고객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부정 여론 악화로 이어졌다.
그러다 15일 뒤늦게 3년간 10조 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여론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장 10조 원이라는 숫자를 내세우는 데 급급했을 뿐, 돈 잔치 논란을 불러온 원인에 대한 자성과 개선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의 불씨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이 “은행권 스스로 얼마나 변화의 의지를 보일지에 달려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은행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간기업에서 자율적이고 정당한 경영 판단과 의사 과정을 거쳐 결정한 사항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는 데 대해 국민 여론마저 싸늘해 더욱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은행 측은 “금융회사는 상장사로, 주식을 발행하고 주주도 있는데 금리 운영부터 배당 및 성과급까지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은행 때리기로 금융지주의 경영 자율성이 훼손되고 경쟁력이 약화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은행주는 1월 초 주요 금융지주의 주주가치 제고 대책 발표로 상승세를 탔지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질타 이후 약세로 돌아섰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