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가는 제로퍼터’ 만든 ‘퍼터 장인’ 황성달 대표의 또 다른 도전

입력 2023-03-08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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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가는 제로퍼터’를 만든 ‘퍼터 장인’ ㈜티레젠의 황성달 대표가 자신의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똑바로 가는 제로퍼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 대표는 앞으로 드라이버, 아이언까지 포함된 골프클럽 풀세트를 만들고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골프에서 200m를 날아가는 드라이버나 2m 거리 퍼트나 똑같은 1타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골프 격언도 있지만 짧은 거리의 퍼트를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골퍼라면 누구나 다 실감하는 숙제다.

‘똑바로만 쳐도’ 홀컵으로 바로 향할 수 있는 라인에서 공이 제대로 가지 않고 옆으로 흐르는 건 퍼터 페이스와 공의 접촉이 불완전해서다. 일반적으로 퍼팅 할 때 오른손잡이의 경우 평균 7~15도 ‘열려서’ 맞는다. 2m 거리에서 퍼터 페이스가 7도 열려 맞으면 회전이나 가속도를 무시하더라도 24.9cm 벗어난다고 한다.

퍼팅이 빗맞아도 똑바로 간다면? 1타의 소중함을 아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얘기다.

순수 국산 브랜드인 ㈜티레젠의 ‘똑바로 가는 제로퍼터(Zero Putter)’는 처음 출발한 볼이 미끄러지지 않고 곧장 직진성을 갖고 굴러가게 고안된 아마추어용 특수 퍼터다.

‘똑바로 가는 제로퍼터’를 만든 ‘퍼터 장인’ ㈜티레젠의 황성달 대표가 7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똑바로 가는 제로퍼터’와 ‘코르크 수제그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 대표는 앞으로 드라이버, 아이언까지 포함된 골프클럽 풀세트를 만들고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다른 퍼터와 달리 퍼터 페이스에 제품에 따라 147~267개의 사다리꼴 원형 특수 그루브를 깎아 넣어 볼과 페이스의 접촉 면적을 넓힌 것이 핵심 기술. 보통 페이스는 평평하지만 이 퍼터는 만져보면 우둘뚜둘한 돌기 느낌이 난다. 초정밀 CNC 밀링으로 가공한 원형 그루브는 골프공 딤플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열려 맞거나 닫혀 맞는’ 어떠한 임팩트 상황에서도 볼이 미끄러지지 않고 최대한 똑바로 굴러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로퍼터는 이미 국내에 30만개 이상 팔려나간 ‘스테디셀링 명품 퍼터’. ‘퍼팅 실수를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의 제로퍼터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황성달 티레젠 대표(60·사진)를 7일 만나 ‘퍼터 장인’이 된 사연과 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나만의 퍼터’에서 시작된 제로퍼터

황 대표가 똑바로 가는 제로퍼터를 시장에 선보인 것은 1996년. 출발이 인상적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황 대표는 자동차 부품 관련 일을 하다 골프를 접했다. 한창 때 드라이버 비거리 250m 이상, 70타(2언더 파)의 기록을 가진 실력파로 지금은 80타 정도 친다. 그런데 초심자 시절 유독 퍼팅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전공과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기술을 활용해 ‘내게 맞는 나만의 퍼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퍼터를 만들었다. 신기해하며 부러워하던 지인들에게 직접 만든 퍼터를 하나 둘 선물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다리꼴 원형 특수 그루브를 장착한 ‘똑바로 가는 제로퍼터’. 사진제공 | 티레젠


그로부터 벌써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스스로 ‘퍼터에 미친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연구와 개발에 몰두했고, 국¤내외 골프박람회에 800여 회 참가할 정도로 열심히 발품도 팔았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탄생한 사다리꼴 원형 특수 그루브는 특허청으로부터 기술특허까지 받았다.

제로퍼터에는 원형 특수 그루브 외에도 색다른 게 많다. 와인 병마개로 사용되는 유럽산 천연 코르크에 특수 코팅 기술을 적용해 직접 손으로 꿰맨 수제그립 역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명품이다. 포르투갈 산 코르크를 이탈리아에서 가공하고 중국에서 꿰매는 수제그립이다. 그립감이 산뜻하고 땀이나 빗물이 묻어도 미끄럽지 않다. 항균성이 있어 골프백에 오래 넣어두어도 땀 등에 의한 냄새가 나지 않고 내구성도 탁월하다.

퍼터 솔이나 페이스 뒷면에 이름이나 이니셜, 로고, 문구 등을 넣어 만들어 주는 점도 이채롭다. 정성스럽게 조각된 자신만의 이름이 적힌 퍼터는 골퍼에게 또 다른 자긍심과 자신감을 주기 때문에 선물용으로도 각광이다. 퍼터 길이는 0.1인치 단위로 개인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 다양한 컬러와 아름다운 디자인 역시 다른 퍼터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똑바로 가는 제로퍼터’의 코르크 수제그립. 사진제공 | 티레젠



●아이언, 드라이버까지…글로벌 브랜드 벽 넘는다

본격적인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릴 정도로 제로퍼터의 빼어난 성능은 이미 검증이 끝났지만, 사실 출시 초기만 해도 내로라하는 글로벌 용품 업체의 벽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다. 황 대표가 돌파구로 삼은 것은 원형 그루브, 코르크 수제그립 등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한 기술과 0.1인치 단위 퍼트 길이 등 세심한 배려를 통한 맞춤형 제작이었다.

10년 넘게 한국골프용품 제조¤유통인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황 대표는 좀 더 나은 퍼터, 좀 더 대중성 있는 좋은 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금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다양한 색깔로 변하게 하는 크리스털 퍼터나 IT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퍼터를 내놓기 위해 수년째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의 욕심과 꿈은 비단 퍼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아이언, 드라이버까지 골프 풀 세트를 양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제로퍼터는 글로벌 브랜드의 벽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이언이나 드라이버는 퍼터와는 또 다른 높은 벽이 존재한다.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그의 승부수는 제로퍼터가 자리 잡았듯 독창적인 기술과 색다른 장점을 내세워 골퍼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벽을 넘어서는 토털 골프 클럽을 향한 그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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