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 스포츠동아DB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이강철 감독은 지난달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선수들이 소집되던 첫날과 첫 경기를 하루 앞둔 8일 선수들의 표정을 살폈다. 이 감독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투손에 처음 모인 날과 오늘까지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대표팀 선수들에게서 달라진 점을 느낀 게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때와 지금은 다를 바가 없다”며 웃었다.
대표팀의 준비 과정을 관통한 키워드는 ‘변수’와 ‘적응’이었다. 대표팀은 투손에서 귀국하려던 날 경유지인 LA행 항공편의 기체 결함으로 인해 일정 차질이 불가피했다. 그에 앞서서는 미국 현지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5차례 계획한 연습경기를 4차례 치러야 했는데, 이마저도 선수들의 휴식을 고려해 격일로 계획한 경기를 2일 연속 치르거나 대표팀 선수들을 상대팀 타석 또는 마운드에 서게 하는 고육책이 필요했다.
대표팀은 여러 변수로 인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가기 전 사흘간 진행된 고척돔 훈련 때는 시차 탓에 2~3시간만 자거나, 예상 외로 길어진 이동시간 탓에 담 증세를 호소한 선수도 있었다. 그런 몸 상태로 넘어간 오사카에선 교세라돔의 인조잔디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실책도 여러 번 했다.
대표팀은 KBO리그 팀들과 5차례 연습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뒤 오사카 평가전은 1승1패로 마무리했다.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7일 한신 타이거즈전에서 공·수 양면의 안정적 전력을 바탕으로 승리한 덕에 기분 좋게 도쿄로 향할 수 있었다. 8일 대표팀의 도쿄돔 적응 훈련 모습을 지켜본 이 감독은 “물론 처음 소집됐던 그 때는 다들 참 자신 있어 했고, 그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하루 전이나 그 때나 다른 건 못 느끼겠다. 선수들끼리도 말은 많이 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론 서로 비장한 각오를 품고 있다고 느낀다. 얼굴에 그렇게 나와있다. 우리 선수들은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변수와 악재가 겹쳤지만, 대표팀의 자신감은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
도쿄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