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대신 발전 택한 이정후 “한·일전 충격 여전…하지만 그게 실력 차이”

입력 2023-03-13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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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게 실력 차이니까요.”

야구국가대표팀 간판타자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대표팀이 1라운드(B조) 2차전에서 일본에 4-13으로 완패한 3월 10일은 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빈타에 허덕인 대표팀 타선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4타수 2안타 1타점)를 기록했지만, 치욕적 패배를 당했다는 사실에 자책하듯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믹스트존을 지나갔다.

‘한·일전 이후 남은 경기를 위해 마음을 잘 추슬렀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정후는 “솔직히 아직도 충격적이다. 내 야구인생이 언제 끝날 진 모르겠지만, 그 때까진 계속 생각날 것 같다. 분한 감정도 들었고, ‘이게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감정이 오갔던 것 같다”며 “하지만 그게 실력 차이다. 개인적으로는 태어나 처음 본 공을 치게 된 점도 좋은 경험이었다. (한·일전은) 내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인정하고 보완하는 자세는 이정후의 성장 원동력 중 하나다. 2019년 도쿄돔에서 벌어진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에 3-5로 역전패한 뒤에도 “실력 부족”이라며 “결과는 받아들이고, 다음에 잘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2021년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차전 끝에 패한 뒤에도 좌절하거나 한탄하기보다는 보완할 점을 먼저 생각했다. 당시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결과가 매번 똑같아 팬들에게 미안하다”면서도 “하지만 이게 실력이다. 실력이 부족하면 더욱 보완해 다시 한번 도전하면 된다”고 적었다.

이정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좌절감에 젖어있을 시간도 아깝다. 그 시간에 그는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지난해에는 142경기에서 타율 0.349, OPS(출루율+장타율) 0.996, 23홈런, 113타점을 올리며 프로 데뷔 7년차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거듭났다. 2020도쿄올림픽과 이번 WBC 등 여러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의 중심타자를 맡는 것은 물론 이제는 미국과 일본의 여러 매체들 또한 그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받은 크나큰 충격을 또 한번 분발의 계기로 삼아 한국야구의 명예회복에 앞장서는 이정후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도쿄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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