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무너진 ‘이강철호’ 마운드, 붕괴는 예견된 일이었나?

입력 2023-03-13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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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의 마운드가 처참히 무너졌다. 그 와중에도 일부 투수들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는 13일 체코가 호주에 3-8로 패하면서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이 좀더 일찍 확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표팀의 투수는 총 15명이었다. 이들 중 이강철 대표팀 감독이 믿고 쓸 자원은 많지 않았다. 10일 일본전과 12일 체코전에 각각 선발등판한 김광현(SSG 랜더스)과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을 제외하면, 선발과 구원으로 모두 뛴 고영표(KT 위즈), 원태인(삼성 라이온즈)과 위기마다 출근도장을 찍은 김원중(롯데), 정철원(두산 베어스)에게 비중이 쏠렸다.

김원중, 정철원, 원태인은 사실상 대표팀의 ‘애니콜’이었다. 이번 대표팀에서 5명뿐이었던 전문 불펜투수 중에서도 실질적 가용자원은 김원중과 정철원이었다. 이들은 호주전(9일)부터 3연속경기 구원등판했다. 6, 7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벌어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 한신 타이거즈와 대회 공식 평가전까지 범위를 넓히면 일주일 중 이틀을 뺀 나머지 5일간 매일 등판한 셈이다.

특히 호주전과 일본전에 모두 구원등판해 3.1이닝 2안타 1홈런 2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더 큰 참사를 막아준 원태인은 13일 중국전 선발까지 맡았다. 심적 부담도 큰 실전과 불펜투구까지 고려하면 체력소모가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표팀 마운드가 한쪽으로 유독 쏠린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소형준(KT), 양현종, 이의리(이상 KIA 타이거즈), 구창모(NC 다이노스), 정우영, 김윤식(이상 LG 트윈스)의 컨디션이 온전치 않았다. 중간계투로 뛴 경험이 적은 소형준은 호주전에 구원등판했다가 몸에 맞는 공과 안타를 1개씩 내주고 역전 허용의 빌미를 제공했다. 양현종은 같은 날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하고 실점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여러 요인 중에서 이동에 따른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팀은 대회를 눈앞에 두고 급하게 정상 컨디션을 되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합동훈련지였던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선 이상기후로 훈련에 차질을 빚었고, 귀국길에는 항공편에 기체 결함이 발생해 12시간 이상을 버스에서 보내야 했다. 귀국 직후 시차적응에 따른 개인별 수면문제마저 컨디션 조절을 어렵게 만들었다. 따뜻한 날씨에 맞춰 훈련지를 선택한 데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장시간 이동이 미칠 부정적 영향도 고려했어야 했다.

도쿄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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