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없었던 나성범-최정-박병호…장점 못 살린 韓 거포, 다시 고민해야 할 대표팀

입력 2023-03-15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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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 최정, 박병호(왼쪽부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야구대표팀에서 나성범(34·KIA 타이거즈), 최정(35·SSG 랜더스), 박병호(37·KT 위즈) 등 KBO리그 최정상급 강타자들은 장점을 보여주는 데 애를 먹었다. 이들로부터 단숨에 분위기를 뒤집을 홈런 한방을 기대했던 이강철 대표팀 감독도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만을 받아들여야 했다.

대표팀이 1라운드를 치른 도쿄돔은 홈런이 곧잘 나오는 곳이다. 이는 이 감독이 KBO 기술위원회와 함께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들 위주로 마운드를 꾸린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반대로 타선에는 나성범, 박병호, 최정 같은 장타자를 곳곳에 배치해 한방을 노렸다.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에는 홈런만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심지어 이 감독은 이들에게 되도록 편한 타순을 줘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자칫 ‘중심타자’라는 부담감이 타석에서 생산력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거포들은 훈련 때 도쿄돔 펜스를 수차례 넘기고도 정작 실전에선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 가운데 9일 호주와 1차전에 9번타자로 선발출장한 나성범은 이번 대회 2경기에 출전해 단 1개의 출루도 기록하지 못했다. 최종 성적은 5타수 무안타 2삼진이다. 최정도 3경기에서 9타수 1안타 4삼진에 그쳤다. 대표팀의 1라운드 4경기에 모두 출전한 박병호는 7타수 3안타 3타점 3볼넷으로 뛰어난 출루능력을 보여줬지만, 장타는 2루타 1개뿐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표팀의 어느 누구도 손맛을 못본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안타 3개를 모두 홈런으로 장식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두 방씩 친 박건우(NC 다이노스),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대표팀의 체면을 살리기도 했다. 다만 정확성을 갖춘 이들과 달리 삼진율이 높은 거포 유형의 나성범(21.1%), 최정(19%), 박병호(26.9%)는 KBO리그에서처럼 방망이를 과감하고 힘 있게 돌리진 못했다. 단 한 경기에도 운명이 달라지는 국제대회인 만큼 공을 맞히는 것 자체에 집중한 경향이 강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느낀 게 많다. 한국야구가 3회 연속 WBC 1라운드 탈락(2013·2017·2023년)의 수모를 당한 10년간 일본, 호주와 격차는 더욱 벌어지거나 크게 줄었음을 절감했다. 타자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투수가 던진 공이 빠를수록, 판단할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는 점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삼진과 장타가 많은 거포형들에게는 충격적 계기가 됐을지 모른다. 홈런 한방이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좋은 요소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지만, 대표팀에도 이번 대회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 크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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