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호, 2시간10분13초의 개인기록으로 서울마라톤 우승…한국남자마라톤 침체기 탈출 신호탄 쏘나?

한국마라톤에 새 희망이 등장했다. 박민호가 19일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으로 골인한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0분13초의 개인최고기록으로 국내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동아마라톤대회 우승도 2시간06분대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끊임없는 전진을 다짐했다. 잠실 |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zoo@donga.com

“슬픔과 아쉬움이 섞인 역주 속에도 희망을 가장 크게 봤다.”

2년 만에 다시 밟은 정상에서 박민호(24·코오롱)는 스승인 지영준 코치(42) 품에 안겨 울었다. 목표했던 기록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국내 최강자로 발돋움하는 순간 결승선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은사와 눈이 마주치자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정상 등극에 만족하지 않는 그는 이제 마라톤인생 최대 목표인 2시간06분대 진입으로 시선을 돌렸다.

박민호는 19일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국내 남자부에서 2시간10분13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까지 이어진 레이스에서 꾸준히 구간별 선두를 달렸고, 개인최고기록 수립과 함께 기분 좋게 대회를 마쳤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국내 남자부 2위(2시간11분43초)에 오를 때도 개인최고기록을 수립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부만 펼쳐진 2021년 우승 이후 2년만의 정상 탈환이라 기쁨은 2배가 됐다.

박민호는 우승 후 스포츠동아와 만나 “25㎞ 구간을 지나면서 피로감을 느끼면서 불안했다. 마지막 100m가 남았을 때 2시간10분이 넘어감을 직감해서인지 결승선 통과 직후 눈물이 쏟아졌다”며 “많은 분들이 나의 우승은 물론 2시간10분 이내 진입을 바라고 계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특별시·대한육상연맹·동아일보·스포츠동아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서울특별시체육회가 후원한 국내 최고 권위와 역사의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19일 광화문광장~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의 42.195㎞의 풀코스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해외 엘리트 30명, 국내 엘리트 71명 등 전문선수 101명을 비롯해 3만8000여 명의 마라토너들이 봄기운이 돌기 시작한 서울의 거리를 힘차게 달렸다. 광화문 |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박민호가 아쉬움을 강조한 이유는 한국남자마라톤의 침체기를 자신이 깨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한국남자마라톤은 아시안게임에선 2010광저우대회 지영준 코치의 금메달 이후 메달 계보가 끊겼다. 올림픽에서도 1996애틀랜타대회 이봉주의 은메달이 가장 최근 입상이다. 세계무대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이와 기량을 고려하면 박민호가 한국남자마라톤의 ‘적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

박민호에게 어린 시절 우상인 지 코치와 동행은 긍정적이다. 스스로도 “(지 코치님이) 목표를 크게 잡아주신다. 단거리로 육상을 시작했지만 장거리로 전향한 이유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지 코치님의 금메달이 영감이 됐다”며 “2시간10분 이내 진입이라는 목표로 365일 내내 마라톤에 초점을 맞춘 삶을 살고 있다. 매주 200㎞ 이상은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과 메달이 아닌 기록을 바라보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10~15년 사이 일본에서 2시간05분대 진입 선수가 급증했고, 중동에서도 귀화선수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록 단축이 눈에 띈다. 박민호 역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일본과 중동의 선수층이 두껍고, 인프라 차이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일단 목표는 2시간06분대 진입”이라며 “이번 동아마라톤대회 우승도 2시간06분대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한국남자마라톤의 황금기가 다시 찾아오면 그 때 수많은 선수들 중 기록과 리더십 측면에서 모두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