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세계선수권 은메달] 김연아 이후 10년만의 쾌거…女피겨 춘추전국시대 열었다

입력 2023-03-26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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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스포츠동아DB

‘퀸’ 김연아(33·은퇴) 이후 처음이다. 이해인(18·세화여고)이 한국여자피겨스케이팅에 10년만의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선물했다.

이해인은 24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벌어진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5.53점, 예술점수(PCS) 71.79점으로 합계 147.32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의 73.62점을 더한 총점 220.94점으로 사카모토 가오리(일본·224.61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해인의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물론 총점도 개인 최고점이다. 특히 이해인의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사카모토(145.37점)도 넘어선 전체 1위였다. 2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3회전)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가산점(GOE)을 받지 못하고 0.08점이 깎인 것만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연기였다.

한국여자피겨는 2013년 캐나다 런던 대회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낸 뒤 한 번도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에 닿지 못했다. 이해인이 10년 만에 숙원을 푼 것이다.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까닭에 덜 주목받은 측면이 있지만, 절치부심하며 착실히 준비한 덕분에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이라는 커다란 결실을 얻었다.

한국여자피겨 꿈나무들은 그동안 김연아의 그늘에 가려져있었던 게 사실이다.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면 늘 ‘김연아 이후 처음’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미디어의 주목을 받을 때도 자연스럽게 김연아가 언급됐다. 당대 최고의 선수였고, 국내에는 그의 경쟁 상대가 없었으니 자연스럽게 모든 꿈나무들의 롤모델이 됐다.

지금은 그 때와 양상이 또 다르다. 한국여자피겨는 이해인을 비롯해 베이징동계올림픽 톱10에 진입했던 유영(19·수리고)과 김예림(20·단국대), 이번 대회 6위에 오른 김채연(17·수리고)의 춘추전국시대로 봐도 무방하다. 주니어 레벨에서 무섭게 성장 중인 신지아(15·영동중)의 잠재력도 상당하다. 이제는 건강한 경쟁을 통해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이해인의 은메달이 그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해인은 “올 시즌에 잘한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것”이라며 “덕분에 4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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