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함덕주.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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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좌완투수 함덕주(28)가 2023시즌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일 수원 KT 위즈전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지웠다. 탈삼진 4개를 곁들여 6타자만 상대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하이라이트는 10회였다. 3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았는데, 조용호~강백호~앤서니 알포드로 KT의 중심타자들이었다. 그는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로 세 타자를 돌려세웠다.

LG로 이적한 뒤로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함덕주가 올 시즌 첫 등판을 힘찬 기세로 마쳤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는 “부상에 대한 걱정 없이 내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좋은 경기로 시작한 것 같다. 포스트시즌까지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산 베어스 시절 선발과 중간, 마무리투수까지 다양한 보직을 맡아 호투를 거듭했던 그는 LG 이적 후에는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LG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인 2021년 16경기 등판에 그쳤다. 투구 내용도 좋지 않았는데, 팔꿈치 통증 탓이 컸다. 재활로 이겨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시즌을 마친 뒤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듯했다. 그러나 선발로 전환하기 위해 2군에서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을 밟다가 훈련을 중단했다. 통풍과 부상이 겹쳤다. 지난해 5월 5일 두산전이 1군 마지막 등판이 됐고, 조기에 시즌을 접었다. 2022시즌 성적은 13경기(12.2이닝)에서 승패는 물론 홀드와 세이브도 없이 평균자책점(ERA) 2.13이었다.

LG 함덕주.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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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하며 재활과 훈련에 매달린 함덕주는 올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팔꿈치에 대한 부담을 덜고 투구를 이어갔다. LG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꾸준히 그를 관찰했다. 야구국가대표팀 차출 여파가 시즌 내내 지속됐을 수 있는 만큼 함덕주를 비롯해 그동안 1군에서 크게 보탬이 되지 못했던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LG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일단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었다. 결과도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 부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다. LG 불펜은 양과 질 모두 타 구단에 비해 넉넉한 편이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마무리투수 고우석은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고,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온 셋업맨 정우영은 페이스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임시 마무리투수 이정용은 2일 KT전에서 1.1이닝 3안타 1실점으로 불안감을 노출했다. 비상상황에서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친 함덕주가 LG 불펜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