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사진제공 | KOVO
현대캐피탈은 2020~2021시즌 6위, 지난 시즌 7위에 그쳤다. ‘전통의 배구명가’라는 수식어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신영석(한국전력), 황동일(OK금융그룹) 등 일부 베테랑들을 떠나보내며 대대적 리빌딩에 나선 뒤 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성공경험을 쌓기를 바랐다. 올 시즌에 앞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하면서는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성공의 맛을 못 본 채 실패만 거듭하면 동기부여가 어렵다”며 “이제 성공경험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확연히 달라졌다.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성장한 허수봉과 김선호, 홍동선, 박경민, 송원근, 이현승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으로 발돋움하거나 성장 가능성을 엿보였다. 가용자원이 늘어난 덕분에 정규리그 후반기에는 대한항공과 선두를 다툴 수 있었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현대캐피탈 전력을 보라. 다들 국가대표급”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대한항공 정지석도 “내년에는 정말 무서워질 것”이라며 “우리도 더 발전해야만 한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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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과 선수들은 리빌딩 선언 이후 3년 만에 챔프전에 올랐지만, 그렇다고 적당히 만족한 적은 없다. 최 감독은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를 준비할 때부터 챔프전 우승을 외쳤다. 당초 정규리그 역전 우승을 목표로 뒀으니, 챔프전 우승만큼은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각오였다. 포스트시즌(PS) 준비기간 선수들에게 운동화 끈을 더욱 조여 매게 한 이유다. 3일 챔프전을 준우승으로 마친 뒤 최 감독은 “PS에 앞서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선수들에게도 전달됐을 것”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캐피탈은 챔프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구단주부터 “내년에는 우리가 우승하겠다”며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이제 세대교체를 한 현대캐피탈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