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채은성(왼쪽)·오그레디.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내·외야를 매우 탄력적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더 나아가 정규시즌에도 일부 선수들의 멀티 포지션 소화 가능성을 계속 내비치고 있다. 한 포지션에 고정하기보다는 뛸 수 있는 여러 포지션을 두고, 경기 상황에 따라 로테이션을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채은성(33)은 스프링캠프부터 내·외야 글러브를 모두 챙겨서 훈련 및 실전에 임하고 있다. 1루수와 외야수로 모두 나설 수 있는 그는 1일 키움 히어로즈와 고척 개막전에는 3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전했고, 이튿날에는 4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수베로 감독은 “채은성의 수비 포지션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할 수 있다. 한 포지션에서 특별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자리를 아예 고정시킬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채은성은 1일 개막전에선 1루수로 여러 차례 어려운 타구를 막아내며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일 경기에선 8회말 키움 이용규의 우익수쪽 타구를 잡지 못해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채은성은 LG 트윈스 시절에도 외야 수비에 강점을 지닌 선수는 아니었다. 수베로 감독은 기존 1루수 김인환과 공존을 꾀하기 위해 채은성을 외야수로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는 리스크도 동반한 선택임이 개막 2연전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특정되지 않는 포지션, 가중되는 수비 부담 등은 채은성의 공격력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 역시 마찬가지다. 수베로 감독은 “오그레디는 외야 좌·중·우를 모두 맡을 수 있는 타자”라고 누차 강조한다. 그러나 오그레디가 외야수로서 수비 경쟁력을 보였다면, 한화는 정규시즌까지 중견수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오그레디의 외야수 로테이션 역시 채은성의 사례처럼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채은성과 오그레디는 한화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올 시즌 야심 차게 영입한 타자들이다. 하지만 수비라는 걸림돌이 예상외로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계획에 큰 기대를 걸기에는 두 타자들이 보이는 물음표가 아직 많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