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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며 정상을 향해 달린다. 그들이 시즌이 끝난 뒤 받는 최고의 선물은 우승 메달과 트로피다. 숨 막히는 레이스는 길지만, 달콤한 시상식은 짧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한국배구연맹(KOVO)은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조원태 총재를 포함해 KOVO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때는 2일 김천에서 열린 여자부 챔프전 3차전이다. 2승의 흥국생명이 이기면 우승 확정이다. 준비할 게 많다. 트로피와 메달, 폼 보드, 꽃다발은 물론이고 선수들이 오를 무대 세팅도 해야 한다. 각종 시상품을 담은 상자는 경기장 출입구 쪽에 둔 채 경기를 보다가 우승이 확정되면 곧바로 작업에 돌입한다.
첫날은 상자를 뜯지 않았다. 도로공사가 3-1 역전승을 거두며 2패 뒤에 첫 승을 거뒀다. 조 총재도 경기 후 조용히 경기장을 떠났다.
이들은 다음 날(3일) 천안으로 이동했다. 남자부도 2승의 대한항공이 우승 문턱에 서 있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먼저 1, 2세트를 따내자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대한항공이 3, 4세트를 이기자 움직임이 바빠졌고, 우승이 확정되자 화려한 시상식의 막이 올랐다. 조 총재는 선수들에게 우승 메달을 걸어주며 축하를 건넸다. 대한항공 회장이자 배구단 구단주인 조 총재도 우승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분위기를 즐겼다. 대한항공 선수들은 그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은 그를 헹가래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제공 | KOVO
그래도 아직 여자부는 남았다. KOVO 직원들은 4차전을 위해 다음날(4일) 다시 김천으로 향했다. 조 총재는 천안에서 서울로 올라가 급한 업무를 처리한 뒤 다음 날 오후 김천으로 내려갔다. 결과는 이번에도 도로공사의 짜릿한 역전승. 시상품이 담긴 상자는 뜯지 않은 채 그 날 저녁 서울로 향했다. 무대 세팅도 전문업체의 화물차로 실려 보관창고로 옮겨졌다.
6일 이들이 모인 곳은 5차전 장소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이다. 이번엔 무조건 상자를 개봉한다. 둘 중 한 팀은 우승하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 간 축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쉼 없이 뛰어다닌 KOVO 직원들의 고생도 이날로 끝이 났다.
인천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