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주인공의 이름을 드라마와 영화의 제목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주인공의 이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작품의 핵심이 되는 여성 서사를 강조하겠다는 뜻에서다.
15일 첫 방송하는 엄정화 주연의 JTBC ‘닥터 차정숙’은 오랜 전업주부 생활을 뒤로 하고 20년 만에 다시 의사 가운을 입은 가정의학과 1년차 레지던트 차정숙의 이야기를 그린다. 중년여성에게는 익숙한 ‘정숙’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모든 여성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은 10대 딸을 키우는 싱글맘과 살인청부업자의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는 길복순(전도연)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주인공의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삼으려 했다며 “허락을 구하고 전도연 선배님의 이모님의 성함을 사용하게 됐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필명 데보라로 활동하는 연애칼럼리스트 연보라(유인나)의 로맨틱 코미디 ENA ‘보라! 데보라’는 12일 첫 방송됐으며 국어 선생님 박하경(이나영)의 명랑 유랑기를 담은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도’ 상반기 중 공개된다. 선천적으로 어마어마한 괴력을 타고 태어난 강남순의 이야기를 그린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은 하반기 시청자를 만난다. 2017년 전작 ‘힘쎈여자 도봉순’의 주인공이었던 박보영의 바통을 이유미가 이어받아 타이틀롤로 나선다.
‘닥터 차정숙’을 제작한 스튜디오앤뉴 관계자는 “여성 서사가 중요한 작품이 작품의 메시지와 색깔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여성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독특한 이름이 포함된 제목이 더 쉽고 강렬하게 시청자에게 각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부터 지난해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이러한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