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리그

사진제공 | K리그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는 K리그에서 최대 앙숙이다. 두 팀에는 표현하기 쉽지 않은 ‘상성(서로 다른 성질)’이 존재하고, 포항이 살짝 앞서는 인상이다. 전력상으로는 수년간 투자를 아끼지 않은 울산이 강해 보이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포항은 2013년에는 직접 역전 우승에 성공했고, 2019년에는 정상을 코앞에 둔 울산의 덜미를 낚아채며 전북 현대에 트로피를 선물했다. “울산이 웃는 꼴은 지켜볼 수 없다”는 분명한 라이벌 의식이 포항에는 항상 가득하다.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2021년부터 울산이 K리그에서 포항에 3승2무2패로 근소하게 앞서지만, 항상 치열하게 싸워온 두 팀은 22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8라운드, 통산 174번째 ‘동해안더비’에서도 명승부를 연출했다.

때마침 1·2위의 대결이었다. 울산은 개막 6연승을 달리다 대전하나시티즌에 덜미를 잡혔으나 여전히 1위였고, 유일한 무패팀(4승3무) 포항은 ‘추격자’였다.

시즌 첫 만남에선 누구도 웃지 못했다. 추가시간까지 96분 동안 2골씩 주고받으며 승점 1을 나눠가졌다. 포항은 무패행진을 이어갔으나 같은 날 수원 삼성을 안방에서 3-1로 격파한 FC서울에 2위 자리를 내준 채 3위로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포항은 인상적이었다. 포항이 자랑하는 22세 이하(U-22) 카드 고영준이 흐름을 주도했다. 홍 감독은 “상대가 후반 교체를 통해 승부를 보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 우리도 적절히 변화를 줄 것”이라고 했으나 포항은 허를 찔렀다.

울산 홍명보 감독(왼쪽), 포항 김기동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홍명보 감독(왼쪽), 포항 김기동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을 많이 힘들게 해주겠다”던 김기동 감독의 다짐은 초반 맞불로 이어졌고, 전반 13분 결실을 맺었다. 왼쪽 풀백 심상민이 전개한 볼을 받은 고영준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울산의 골네트를 갈랐다. 고영준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9분 제카의 패스를 받아 아크 지역에서 오른발 슛으로 추가골을 낚았다. 시즌 3·4호 골을 신고한 고영준은 “울산에는 져선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별히 정신적으로 단단하게 뭉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은 결코 연패를 용납할 수 없었다. 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서 흐른 볼을 주민규가 개인통산 121호(시즌 4호) 골로 연결한 데 이어 후반 44분 바코가 오랜 침묵을 깨고 동점골을 뽑았다. “우리가 알던 바코가 돌아왔다”고 칭찬한 홍 감독은 “포기하지 않은 집념이 무승부를 만들었다”고 만족해했다. 패할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뒤집는 우승팀에 꼭 필요한 능력을 다시 한번 발휘한 울산이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