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있는 민초맛 영화
킬링 로맨스 역주행 비결
골든에그 61→75%…‘싱어롱’ 진행
이하늬·이선균 주연의 코미디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제작 영화사 이창)가 평점을 역주행하며 극장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반응 속에 ‘민트초코 코미디’, ‘고수 맛 영화’라는 애칭을 얻으며 마니아 관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빼앗은 덕분이다.

은퇴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연예계 복귀하려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는 14일 CJ CGV ‘골든 에그’ 지수 61%로 스타트를 끊었으나 개봉 2주차에 70%가 넘었고, 24일에는 75%까지 상승해 영화계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의 로튼 토마토’라고 불리는 ‘골든 에그’ 지수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만 점수를 매길 수 있는 평점 시스템이다. 평점이 70% 이하로 떨어지면 ‘계란이 깨졌다’고 표현하는 만큼 한번 떨어진 평점은 쉽게 반등이 어려워 ‘킬링 로맨스’의 평점 역주행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하늬도 SNS를 통해 “일주일 사이에 평점이 2점이나 올랐다. 관객들 덕분이다. 에그가 후라이가 됐다 다시 에그가 되는 희한한 경험”이라며 ‘평점 역주행’에 대해 놀라워했다.

‘킬링 로맨스’는 만화 같은 캐릭터와 예측하기 힘든 스토리 등으로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지만 오히려 이 같은 평가가 입소문에 영향을 주면서 코미디 영화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은 극중 이하늬와 이선균의 연기한 캐릭터인 여래와 존 나(John Na)의 이름을 딴 ‘여래바래 4기’ ‘존 나 좋아단’ 등 자발적 팬덤 조직을 결성해 열혈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극중 수차례 등장하는 배경음악인 H.O.T.의 ‘행복’과 비의 ‘레이니즘’을 편곡한 ‘여래이즘’을 따라 부르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싱어롱 상영관 요청까지 빗발쳐 눈길을 끈다. 이에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26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존 나 좋아단 행복 합창회’를 마련했다. 이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영화를 관람한 후 이원석 감독, 이선균과 함께 GV(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할 예정이다.

독특한 영화만큼이나 통통 튀는 관객들의 한줄 평도 온라인에서 화제다. 평점 1점과 9점을 오가는 극단적인 평가를 언급하며 “어찌 됐든 합쳐서 10점짜리 영화”라는 평가와 극중 남편인 존 나와 헤어지고 싶어 하는 여래(이하늬)의 상황을 서래(탕웨이)가 주인공인 영화 ‘헤어질 결심’과 비교해 “여래의 존 나 헤어질 결심”이라고 평한 SNS 글이 수차례 리트윗됐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