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8번 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기세가 오른 고진영의 긴 거리 버디 퍼트는 살짝 빗나갔지만, 더 짧은 거리에서 친 이민지의 버디 퍼트는 홀컵을 훌쩍 지나갔다. 흐름을 뺏긴 이민지는 결국 파를 놓쳤고, 고진영은 약 50㎝의 퍼트를 챔피언 퍼트로 장식한 뒤 양팔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했다.
한국 여자골프 간판 고진영이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몽클레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 달러¤40억3000만 원)에서 역전 우승했다.
선두 이민지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맞은 세계랭킹 3위 고진영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 5언더파 67타를 쳤다. 6번(파3) 홀 더블보기에 이어 16번(파4) 홀 보기 등 으로 1타를 줄이는데 그친 이민지와 함께 13언더파 275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에서 두둑한 뒷심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올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이후 두 달 만에 시즌 2승 및 통산 15승을 수확하며 우승상금 45만 달러(6억 원)를 쟁취했다.
이번 시즌 LPGA 투어가 9개 대회를 치른 가운데 고진영은 한국 선수 중 유일한 우승자이자 다승자로 자존심을 지켰다.
4타 차 뒤집기에 성공한 고진영은 우승 직후 하루 전 한국프로골프(KLPGA) 코리안투어에서 5타 차 역전승을 거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승 주인공 임성재를 떠올렸다. 임성재는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5타 차를 뒤집고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평소 임성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고진영은 “임성재가 한국 대회에서 5타 차를 극복하고 우승하는 것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며 “내 경기를 잘 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끝까지 집중한 덕분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LPGA 투어를 창설한 ‘파운더스’의 업적을 기리는 이 대회에서 2019년과 2021년에 이어 대회 사상 첫 ‘3회 우승’이란 값진 열매를 맺은 고진영은 “정말 영광”이라며 “세 번째 우승을 해서 기분이 너무 좋고, 월요일 아침에 많은 한국 팬들께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3위는 합계 10언더파를 친 애슐리 부하이(남아공)에게 돌아갔고, 3라운드 공동 2위였던 신인 유해란은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잃었지만 8언더파 4위로 데뷔 후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최혜진은 3언더파 공동 13위, 김세영과 안나린은 나란히 1언더파 공동 21위에 자리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