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2위 꺾은 ‘803위’ 김원호-나성승, “수디르만컵 넘어 그 이상을 바라봐요”

입력 2023-05-20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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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드민턴대표팀의 새로운 남자복식 조합 김원호(왼쪽)-나성승은 ‘신형무기‘로 자리잡았다. 올해 2월 결성됐고, 세계랭킹도 803위로 낮지만 2023수디르만컵에서 말레이시아의 세계 2위 조합을 꺾는 등 상승세가 뚜렷해서다. 20일 중국 쑤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팀을 수디르만컵 결승으로 올린 이들은 이번 대회 이후에도 큰 기대를 모은다. 쑤저우(중국)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벤치에서 해줄 말이 없던데요?”

김학균 한국배드민턴대표팀 감독(52)은 20일 중국 쑤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말레이시아와 2023수디르만컵(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매치스코어 3-1로 승리한 뒤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803위 김원호(삼성생명)-나성승(이상 24·김천시청)이 말레이시아 애런 치아-소 우이 익(2위)를 세트스코어 2-0으로 꺾고 팀을 결승행으로 이끌어서다. 벤치에서 해줄 말이 없었다는 말로 이들을 향한 칭찬과 신뢰를 보냈다.

올해 2월 결성된 김원호-나성승 조는 그달 아시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파자르 알피안-무함마드 리안 아디안토(인도네시아·1위)와 내로라하는 중국 조 등을 꺾으며 대회 남자복식 무패와 함께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김원호는 그 동안 동기 강민혁(24·삼성생명)과 선배 최솔규(28·국군체육부대), 나성승은 후배인 왕찬(23·김천시청), 진용(21·요넥스) 등과 주로 호흡을 맞춰왔지만, 최근 잇따른 상승세로 대표팀의 ‘신형 무기’로 자리매김했다.

팀 내 신뢰도 두텁다. 한동성 대표팀 남자복식 코치(47)는 “이 조합을 이제야 발굴한 것이 아쉽다”며 “드라이브와 속도 모두 나무랄 데 없다. 랭킹과 별개로 대표팀 내 최고 남자복식 조합이다”라고 칭찬했다. 주장 김소영(31¤인천국제공항)과 동기 강민혁, 김원호의 혼합복식 파트너 정나은(23¤화순군청) 등도 “남자복식에서 호성적으로 지난해 우버컵 우승 당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팀 분위기가 올라왔다”며 “복식에서 둘 다 빨라 호흡이 더 잘 맞는 인상이다”라고 엄지를 치켜 올렸다.

김원호와 나성승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이 한층 올라왔다. 이들은 이날 스포츠동아와 만나 “상대가 2020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지난해 도쿄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거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준비한 대로 잘 플레이 했는데 승리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결승 진출 소감을 밝혔다.

김원호(앞), 나성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동기답게 어린 시절부터 교류가 많아 드라이브가 강점이라는 공통점을 알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 방을 쓰는 두 선수는 서로 대화와 비디오 분석을 하며 경기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김원호는 “(성승이는) 전·후위 가릴 것 없이 센스있는 플레이가 장점이다. 서로의 시너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나성승도 “(원호는) 드라이브는 물론 수비에도 능해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서로 칭찬했다.

이달 1일부터 내년 4월28일까지 2024파리올림픽 출전 포인트가 집계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김원호-나성승의 조합을 파리에서 가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단체전이 있는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은 물론 유수의 국제대회가 많이 남아있어 향후 수년간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만한 무대가 많다. 당장의 과제는 내일(21일) 중국-일본 경기 승자를 상대로 수디르만컵 우승을 가져오는 것이다.

김원호는 “수디르만컵 우승은 물론 아시안게임, 올림픽 금메달 등 어린 시절 꿈들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성승도 “우리 조합이 대표팀에서 계속 활용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매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뛰겠다. 수디르만컵 결승에도 누가 올라오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쑤저우(중국)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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