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찬규. 스포츠동아DB](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23/05/24/119455318.2.jpg)
LG 임찬규. 스포츠동아DB
당초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롱릴리프였다.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이 먼저 선발로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이민호의 부상과 강효종의 부진으로 선발진에 공백이 발생하자, 임찬규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익숙한 보직인 터라 적응기는 불필요했다. 시즌 첫 선발등판이었던 4월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3.1이닝 1실점으로 기록한 뒤 5경기에서 4승무패, ERA 1.32(27.1이닝 4자책점)의 호투를 펼쳤다. 최근의 흐름만 놓고 보면 국내 선발투수들 중 가장 안정적이다. 시속 140㎞대 중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지니고 있는 데다 풍부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경기운영능력까지 뒷받침되니 최상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도 크게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염 감독은 “투수 쪽에 부상자가 많고 무너진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축을 만들어준 것은 (임)찬규의 역할이 50% 이상”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찬규가 없으면 어쩔 뻔했나. 찬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고 있다. 찬규가 준비를 잘한 게 투수 파트에선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임찬규 역시 “감독님이 안 계셨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며 “구속에 대한 부담보다는 ‘네 변화구를 살리라’고 하셨다. 젊은 선발투수들의 뒤를 받쳐주길 원하셨기에 선발 보직이나 이닝 등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내 색깔을 찾게 됐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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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매 순간이 특별하다. 과거에는 10승을 거둘 때도 투구에 기복이 있었다. 그 탓에 100%의 믿음을 주진 못했다. 올해는 선발 전환 이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임찬규는 “그동안은 내가 붙잡아야 하는 것들을 생각했다가 놓치면 좌절하곤 했다”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든 내 공만 던지자고 생각했다. 나는 18.44m의 거리에서 투구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
선발 보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려놓았다. 그는 “상황이 돼서 (이)민호 등 젊은 투수들이 나오면 내가 중간에서 힘이 되는 것도 좋다. 팀이 필요한 자리를 메우는 게 내 일이다. 대체선발로 나섰을 때 지금처럼 던지는 게 더 멋있지 않느냐”며 활짝 웃었다.
인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