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웠던 130승’ 장원준의 백의종군이 남긴 메시지

입력 2023-05-24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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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장원준.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두산 장원준.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베테랑 좌완투수 장원준(38)은 2014시즌 후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롯데 자이언츠에서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뒤로는 단 한 번도 FA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정상적 상황이었다면 4년 계약의 마지막 해였던 2018시즌을 마치고는 또 한번 권리를 행사해야 했지만, 부진이 계속된 탓에 그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2018시즌 3승을 거둔 이후로는 1승도 없다. 10억 원이었던 연봉은 계속 내려갔다. 지난해와 올해 연봉은 5000만 원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은퇴의 기로에 섰다. 그러나 이승엽 두산 감독은 장원준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그만두자”며 새롭게 동기를 부여했다. 장원준도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남다른 의지로 2023시즌을 준비했다. 구위는 꾸준히 직구 구속 140㎞대 중반을 찍던 전성기와 차이는 크지만, 효과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베테랑의 노하우를 기대하는 주변의 격려도 적지 않았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7안타 무4사구 4탈삼진 4실점으로 팀의 7-5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2018년 5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무려 1844일만의 승리로 KBO리그 역대 10번째로 개인통산 130승 고지에 올랐다. 최근까지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기에 직구의 구위 회복이 관건이었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은 141㎞로, 장원준이 관록을 앞세워 경기를 풀어가기에는 충분했다.

대개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황혼기에 접어든 베테랑 투수들은 탁월한 경기운영능력을 앞세워 살아남곤 한다. 구속과 관계없이 볼 배합에 변화를 주며 요령으로 맞혀 잡는 투구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가 많다. 장원준처럼 제구력에 자신이 있는 투수라면 이런 패턴으로 고비를 넘길 확률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그는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베테랑 투수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몸소 실천했고, 팀 내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까지 불러왔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통산 161승을 거둔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도 전성기 시속 150㎞대의 빠른 공으로 승부하다가 은퇴를 앞두고는 스타일을 완전히 바꾼 바 있다. 정 위원은 “구위가 떨어진 상태로 경기를 운영하면 경기 후 정말 피곤하다”며 “아무래도 뇌를 많이 써야 하니까 포수에게 훨씬 더 많이 의지한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때가 되니 포수의 사인을 맹신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구위가 떨어진 베테랑 투수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소위 객기를 발휘해야 하는데, 장원준은 그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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