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역대 최다인 23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노리는 조코비치는 경기 후 관례대로 중계 카메라 렌즈 앞에 붙은 유리판에 사인을 했다. 그런데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평화를 촉구하는 “폭력을 멈춰주세요”라는 글을 적었다.
이는 지난 4월 지방 선거 이후 코소보의 불안정한 정세와 최근의 폭력사태를 언급한 것이다.
코소보 북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르비아인들은 여전히 베오그라드를 수도로 여긴다. 이들은 지난 4월 시장을 선출하는 지방선거 참여를 거부했다.
코소보 북부 즈베찬에서 이날 시청 진입을 시도하던 세르비아계 주민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평화유지군(KFOR) 병력이 충돌했다. 평화유지군은 이 과정에서 최소 25명의 장병이 다쳤고 3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앞서 지난 26일에서 같은 지역에서 세르비아계 주민과 코소보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한 바 있다. 나토가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면서 즈베찬을 비롯한 코소보-세르비아 접경 지역에 평화유지군 병력을 증강 배치하며 사태 진정에 나섰지만, 오히려 세르비아계 주민들만 더 자극한 격이 됐다.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계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옛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분리 독립하려다 세르비아계의 ‘인종청소’로 최소 1만 명이 사망한 전쟁 이후 2008년 독립을 선언했으며 유엔 회원국 100곳 이상으로부터 독립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세르비아는 코소보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코소보를 자국의 일부로 간주한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코소보의 독립 선언 이후에도 자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코소보 당국이 지난 4월 투표를 통해 새 시장을 선출하자 이에 반발해 새 시장의 청사 출입을 막는 등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코비치 소셜미디어 캡처.
조코비치는 경기 후 세르비아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저는 정치인이 아니며 정치적 논쟁에 끼어들 생각도 없습니다. 그 주제는 매우 민감합니다. 세르비아인으로서 코소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저에게 큰 상처를 줍니다”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죠. 어떤 분야든 상관없이 공인으로서 지원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소보에서 태어난 사람의 아들로서 그들과 세르비아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세르비아 국민과 코소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서로를 지지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메시지를 작성한 것에 관해 프랑스 오픈 조직위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온라인에선 조코비치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이에 조코비치는 “제 입장은 분명합니다. 저는 항상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전쟁, 폭력 및 모든 종류의 갈등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코소보의 상황은 국제법의 선례입니다. 코소보는 우리의 벽난로의 바닥돌이자 본거지이며, 가장 중요한 수도원이 그곳에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