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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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m 파5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승부. 나란히 투온에 성공한 이예원의 이글퍼트는 살짝 홀컵을 빗나갔다. 박민지의 이글퍼트가 성공하면 우승, 아니면 2차 연장으로 가야하는 상황. 역시 박민지는 박민지였다. 3.5m 이글퍼트를 멋지게 홀컵에 떨구며 값진 역사에 입맞춤했다.
2021년과 지난해 각각 6승씩을 챙기며 2년 연속 상금¤다승왕을 석권했던 ‘대세’ 박민지가 마침내 돌아왔다. 통산 7번째 단일대회 3연패에 성공하며 기다리던 시즌 첫 승도 따냈다.

박민지는 11일 강원 양양군에 있는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에서 펼쳐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 원)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이예원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승부 끝에 우승상금 2억1600만 원을 품에 안았다.
2021년과 2022년 이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던 박민지는 2년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고(故) 구옥희, 박세리, 강수연, 김해림에 이어 KLPGA 투어에서 단일대회 3연패 금자탑을 이룬 5번째 선수가 됐다. 단일대회 3연패는 구옥희가 유일하게 3차례 달성해 박민지 기록이 통산 7번째다. 개인 통산 17승을 수확하며 현역 선수 최다승 영광도 안았다.

전날 기상악화로 끝내지 못한 잔여 2개 홀을 모두 파로 막은 박민지는 ‘엄마골퍼’ 박주영과 10언더파 공동 선두로 3라운드를 시작했다.

1번(파5) 홀부터 4번(파4) 홀까지 버디~보기~버디~보기를 반복한 뒤 10번(파4) 홀까지 지루한 파 행진을 이어가며 쉽게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박주영이 뒷걸음질을 치면서 단독 선두로 나섰지만 추격자들의 도전이 거세 안심할 수 없었다. 11번(파3) 홀에서 3라운드 3번째 버디를 잡은 뒤 13번(파4) 홀에서 다시 1타를 줄이며 치고 나갔다.

변수는 또 있었다. 13번 홀 버디로 12언더파가 돼 공동 2위 그룹에 3타 차로 앞서있던 오후 1시20분 낙뢰로 경기가 중단됐고, 오후 4시24분에야 재개됐다. 흐름이 끊겨서인지 15번(파4) 홀에서 보기를 적어낸 데 이어 17번(파4) 홀에서도 타수를 잃었다. 이예원이 18번 홀 버디로 11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냈고, 박민지도 이 홀에서 1타를 줄여 둘의 연장승부로 이어졌다.

올 시즌 7개 대회에 나서 2주 전 E1 채리티 오픈에서 컷 탈락하는 등 4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의 공동 3위가 최고 성적이었던 박민지는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 현재에만 집중하자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오전 6시30분 2라운드 잔여 경기를 시작한 뒤 오후 6시30분 연장 승부를 끝내며 고된 하루를 보낸 박민지는 “오후에 경기가 재개됐을 때 너무 긴장이 됐다. 꼭 우승이 없는 사람처럼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다”고 털어놓은 뒤 “그래도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