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K리그1 울산 선수 4명과 팀 매니저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울산 정승현과 박용우, 이명재가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연맹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 울산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 정승현 등 선수 4명과 팀 매니저 A의 징계 건을 다뤘다.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에게는 출장정지 1경기와 제재금 1500만 원, 울산 구단에는 제재금 3000만 원이 부과됐다. 정승현은 직접적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지는 않아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건은 울산이 제주 유나이티드를 5-1로 대파한 이튿날인 11일 벌어졌다. 이명재의 SNS 계정에서 박용우, 이규성, 정승현, A가 서로 활약을 칭찬하던 중 “사살락 폼 미쳤다” 등의 댓글을 주고받았다. 사살락은 2021년 전북 현대 소속으로 K리그 무대를 밟았던 태국국가대표 수비수다. 축구팬들은 이들이 이명재의 까무잡잡한 피부를 사살락에 빗대 댓글을 주고받은 것으로 해석해 항의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댓글이 달린 SNS 게시물은 삭제됐고, 울산 구단과 당사자들은 12일 SNS를 통해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6월 A매치 2연전에서 박용우를 기용하자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입은 인종차별 피해를 잊었냐는 성토도 많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 울산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에게 출장정지 1경기와 제재금 1500만 원, 울산 구단에 제재금 3000만 원을 부과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번 사례는 SNS 상에서 가해자 여러 명이 피해자 사살락의 실명을 직접 거론해 과거 해외 사례보다 파장이 더 컸다. 동료를 갈색 과자와 비교한 베르나르두 실바(포르투갈), 중국인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빗댄 델레 알리(잉글랜드) 모두 1~3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을 부과 받았지만 피해자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집단가해를 하진 않았다.
인종차별과 관련한 상벌위 개최는 K리그 40년 역사상 처음이다. K리그 붐이 다시 일고 있는 시점에서 리그 인기에 악영향을 끼치고, 국가망신까지 시켰다는 여론도 많았다. 그러나 연맹 상벌 규정에 명시된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에게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와 1000만 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한다”는 내용과 이번 징계 수위는 거리가 커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